[취재수첩] “마농 하영 사랑해줍써”

입력 : 2020-06-22 00:00 수정 : 2020-06-30 13:54


지금 제주에서는 마늘 팔아주기가 한창이다. 마늘은 감귤·양배추·무 등과 더불어 제주지역 대표 농산물 가운데 하나로 ‘마농’이라는 방언으로 많이 불린다. 올해 예상 생산량은 최대 3만3000t정도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크게 위축돼 판로 확보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이에 제주농협지역본부와 주산지 농협이 직거래장터 등 다양한 판촉행사를 벌이는 것은 물론 도내 공직사회까지 나서 힘을 보태고 있다. 제주도는 6월초 공무원을 대상으로 ‘2020년산 제주산 햇깐마늘 사주기 운동’을 전개했다. 경찰청과 법무부 산하기관 등 행정기관을 비롯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공기업, 제주 해군(제7기동전단)과 해병대(9여단) 등 군부대도 동참 중이다. 특히 도교육청은 최근 전 교직원이 참여하는 ‘제주산 햇깐마늘 소비촉진 운동, 제주마농 하영(‘많이’의 방언) 사랑해줍써’ 행사를 펼쳤다.

중앙정부 역시 마늘농가 살리기에 갖은 애를 쓰고 있다. 올해 전국 마늘 재배면적은 2만5376㏊, 생산량은 35만7000t으로 평년 대비 면적은 3%, 생산량은 17% 늘어났다. 이에 정부는 4만7000t을 시장격리하고, 1만2000t은 수출과 소비촉진으로 수급 균형을 맞춘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서귀포지역의 한 농협 관계자는 “국산마늘 소비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김치와 양념용 마늘 수입 증가인데,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정부 대책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치는 배추와 더불어 무·고추·마늘 등 부재료 농산물이 안정적으로 생산·소비되는 구조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특히 제주도에서 키우는 <남도종> 마늘은 알 크기가 작지만 맵고 알싸한 맛 때문에 김치 양념용으로 널리 쓰인다.

농식품수출정보시스템(KATI)에 따르면 김치 수입량은 2016년 25만3400여t에서 2017년 27만5600여t, 2018년 29만700여t, 2019년 30만6000여t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양념용으로 수입되는 마늘 역시 연간 수만t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늘을 비롯한 국산 김장채소 소비량은 2000년부터 해마다 3%씩 감소하고 있다.

현재 마늘산업의 위기를 코로나19 사태에 빗대자면 소비촉진과 시장격리는 치료 행위와 비슷하다.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헌신에 전 국민이 찬사를 보내듯 지방자치단체·농협의 최근 활동은 박수 받을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치료를 잘 받아도 병에 안 걸리도록 하는 것만은 못하다. 질 좋은 국산 농산물로 만든 김치가 면역력을 높여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석이 분분하지만 마늘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단임은 분명하다.

김재욱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차장) kjw8908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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