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마트팜’ 블루오션일까 신기루일까

입력 : 2020-05-20 00:00 수정 : 2020-06-30 13:5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직도 못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농업을 택하니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얼마 전 경기 양평에서 만난 한 청년농의 이야기다. 스물다섯살인 그는 스물세살에 버섯재배를 시작해 지난해 7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6억원의 대출을 받아 시설을 짓고 네덜란드의 첨단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인 덕분이다.

경남 창원에서 토마토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또 다른 청년농도 비슷했다. 스물여섯살인 그는 6억5000만여원의 대출로 3272㎡(약 990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짓고 지난해 억대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겨우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이들은 어떻게 농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농업이 블루오션(유망시장)’이라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고령화가 심화하고 농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한 가운데서도 이렇듯 한쪽에선 농업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청년’과 ‘스마트팜’이 있었다.

농업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들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 또 부모 세대처럼 육체적으로 힘들게 농사를 짓고 싶어하지 않는다. 젊은층의 이러한 생각에 꼭 맞는 새로운 농법이 스마트팜으로 대표되는 스마트농업(또는 첨단농업)이다. 스마트팜은 생육환경을 제어해 생산량을 높이고 노동력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 스마트팜 1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팜 도입 이후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31.1%, 투입노동 1인당 생산량은 21.1%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청년과 스마트팜은 농업의 미래를 이끌 ‘찰떡궁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청년과 스마트팜이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둘 사이에는 ‘돈’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은 설치비용이 많이 드는데, 아무런 기반이 없는 청년들이 이런 비용을 감당하기란 역부족이다.

최근 한 스마트팜 교육현장에서 만난 교육생들도 비용 문제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교육생들은 “스마트팜에 대한 지식과 기술은 배웠지만, 설치비용은 물론 땅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에서는 청년농을 위해 임대형 스마트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언제쯤 임차가 가능할지, 현재 교육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 청년농 스마트팜종합자금(한도 30억원)도 시설비만 지원할 뿐 농지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이미 스마트팜을 창업한 청년농들도 어렵게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창원의 스마트팜농가는 사업계획서를 들고 은행 지점을 수도 없이 돌아다녔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과연 거액의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청춘은 젊기에 도전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젊다 해도 무모한 도전에 청년들을 내모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청년농에게 스마트팜은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블루오션일까, 아니면 아무리 쫓아가도 잡을 수 없는 신기루일까. 어느 쪽이 될지는 우리 사회가 이들을 끝까지 이끌어주느냐에 달렸다.

김봉아 (농민신문 정경부 차장)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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