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벼랑 끝 농업, 잔인한 4월

입력 : 2020-04-15 00:00 수정 : 2020-06-30 13:5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두달 넘게 이어지면서 농업계가 잔인한 4월을 맞고 있다. 한 화훼농가는 “연중 최대 꽃 성수기인 졸업·입학철을 놓쳐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고 토로했다. 학교급식용 농산물을 계약재배하는 친환경농가는 “개학이 자꾸 미뤄지니 납품시기를 놓쳐 애써 키운 농산물을 전량 폐기할 위기에 처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전국 영농현장에서는 “하늘길이 막히니 농사를 도와줄 일손도 없어졌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농업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에 희망을 가졌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먹거리를 공급하는 농업이야말로 민생경제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네차례에 걸쳐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돈을 어마어마하게 푸는 중이다. 첫 회의에서 50조원 규모의 금융대책을 발표했으나 경제 위기 우려가 심각해지자 두번째 회의에서는 자금 투입 규모를 2배 늘려 100조원의 금융지원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3차 회의에서는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까지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4차 회의에서 “정부는 전례 없는 조치를 신속히 취하며 미증유의 경제 위기에 대처해나가고 있다”면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재정 투입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 전례 없고 과감한 조치에 농업은 없었다. 청와대가 네차례 비상경제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농업 관련 대책은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농업과 농촌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우리나라와 달리 세계 각국은 농업 지원을 우선순위에 놓고 코로나19 대책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2조달러 이상의 막대한 돈을 풀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약 61조원이 농업부문에 투입된다.  농촌 인력난을 막기 위한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우리 모두 먹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면서 정부 주도로 농장과 도시의 실업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국경 봉쇄를 풀고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을 일부 허용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잊어서는 안된다.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국가기간산업인 농업이 흔들리면 안된다는 인식 아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최저임금 상승,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포기 결정 등 고초를 겪으며 농업은 중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농업은 한번 기반이 무너지면 쉽게 복원하기 어렵다. 벼랑 끝에 몰린 농업·농촌을 살리기 위한 전례 없고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때다.

함규원 정경부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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