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식품부의 종은 농민을 위해 울려야

입력 : 2020-04-01 00:00

“오늘도 세종으로 출근하셨어요? 조금 껄끄러우시겠네요.”

지난달 중순 ‘11조7000억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농식품분야가 빠졌다’는 기사가 나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명자료를 냈다. 비록 정부가 편성한 추경안에 농식품분야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농식품부는 예비비와 기금변경을 통해 피해농가를 지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원할 예정이라는 것이 골자였다. 해명자료 마지막에는 ‘왜곡된 사실을 보도하는 뉴스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강도 높은 해명자료가 나오자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식품부에 출입하는 기자와 농식품부의 관계를 걱정하는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다.

농식품부 출입기자단 사이에서도 해명자료가 화제에 올랐다.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까’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누구보다 이런 사실이 당혹스러운 것은 기자였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농식품부가 기사에 대해 전에 없던 ‘적극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농번기 일손 대란을 우려하는 기사에는 현실화하지 않은 문제를 끄집어내 농가에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피드백이 왔다. 학교급식 중단으로 친환경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는 문제를 부풀린다고 했다. 거듭된 개학 연기에 따른 농촌 맞춤형 보육대책이 필요하다는 기사에는 ‘농식품부 별도의 대책은 없으나 교육부 기조에 맞춰 하고 있다’는 의견이 돌아왔다.

기사가 정말 시기상조이고, 침소봉대였을까. 정부 대책은 해명대로 충분할까.

코로나19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불러왔다. 이에 맞춰 농식품부가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잘 안다. 기사가 나간 후 농식품부는 친환경농산물 판매 지원, 농촌인력 공백 최소화 대책 등을 내놨다.

그렇지만 코로나19 농업피해가 워낙 방대해 현장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는 게 현실이다. 피해가 쌓이며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는 ‘11조7000억원대 추경’ ‘100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은 전혀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농산물 소비 위축, 수출 감소, 인력 부족, 농촌 보육문제 등이 심화하는 것은 아닌지 농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사실을 농식품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기사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보다는 농촌이 처한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길 바란다. 농식품부의 종(鐘)은 언론이 아닌 농민과 농업·농촌을 위해 울려야 한다.

양석훈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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