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계획이 있나 했는데 …

입력 : 2020-03-23 00:00

충남도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민의 직간접적 피해를 구제하려는 목적으로 주목할 만한 대책을 내놨다. 코로나19 피해농민에게는 재해대책경영자금을, 소상공인 등 15만명에게는 1500억원의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어서 세부자료를 살펴봤다.

재해대책경영자금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가 지원대책 후속 작업으로, 농민 또는 그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또는 감염 의심으로 격리되거나 농작업 인력을 구하지 못해 영농활동에 차질을 빚은 농가에 일정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게 핵심이었다(본지 3월20일자 2면 보도).

또 도내 소상공인, 운수업체 종사자 등 15만명에게 4월 중 한가구(업체)당 100만원을 긴급 생활안정자금으로 준다는 계획이었다. 충남도와 15개 시·군이 관련 조례를 제·개정한 뒤 추경을 편성해 소요재원을 절반씩 부담하고, 지급방식(현금·지역화폐·체크카드)은 각 시·군이 자율적으로 선택토록 했다. 코로나19 탓에 경기위축과 소비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과감하고 발 빠른 조치를 취한 충남도와 시·군에 심정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럼에도 기자의 마음 한구석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재해대책경영자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농민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요즘 농민들이 힘들어하는 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를 찾지 못하고 값도 제값을 못 받아서지, 태풍 등으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거나 수확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과연 재해대책경영자금 신청자격을 충족하는 농민이 얼마나 될지, 혹여 자격을 갖췄더라도 담보를 제공하고 이자(1.2~1.8%)를 내면서까지 돈을 빌리려는 농가가 있을지 궁금하다.

긴급 생활안정자금 지원대상자 선정기준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개학이 4월초로 다시 연기되면서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겨우내 키웠던 급식용 농산물을 헐값에 팔거나 수확시기를 넘겨 폐기처분하는 실정이다. 도청, 교육청, 시·군청 등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학교급식 농산물 꾸러미 팔아주기 운동’이 펼쳐지지만 소화물량은 생산량의 극히 일부라는 게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꽃 소비 대목인 졸업·입학 시즌을 망친 화훼농가들의 소득 감소도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피해농민들은 이번 생활안정자금 지원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 것이다.

중앙정부의 11조7000억원 추경에 농업분야가 빠져 농민들의 불만이 높다. 충남도가 내놓은 대책을 살펴보면서 상심해 있는 농심을 달래줄 계획이 있나 했는데 역시 마찬가지여서 입맛만 씁쓸했다. 그래도 제도가 시행될 때까지 지원대상자 단서항목인 ‘(기타)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에 피해농민이 포함될 거라는 기대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이승인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sile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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