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착오송금, 실수는 구제할 수 없나

입력 : 2020-03-18 00:00


십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 기자는 칼럼을 쓰는 여러 필자들에게 원고료를 지급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름과 계좌번호·금액 등이 적힌 파일을 총무부 직원에게 넘겨주면 그 직원이 은행에 입금했다.

그런데 누구의 실수였는지 여러 필자의 이름과 금액이 한칸씩 밀려 잘못 입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총무부 직원은 잘못 입금된 돈을 필자들이 돌려주면 다시 입금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대부분은 곧바로 입금을 해줬는데, 한명이 문제였다. “보내주겠다”고 답을 해놓곤 입금을 하지 않았다. 전화와 문자로 계속 연락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애가 탔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 후 몇달 동안 연락을 취하다 결국 총무부에서 자체적으로 비용을 처리한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돈을 돌려주지 않는 필자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잘못 보낸 돈을 돌려받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사실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금융담당 기자로서 취재해보니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잘못 송금한 돈을 돌려받는 방법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수취인의 반환’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락이 되지 않거나 압류계좌·휴면계좌·외국인계좌 등이 많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또 수취인이 돌려주지 않으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등 민형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잘못 보낸 돈을 돌려받은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착오송금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착오송금 반환청구 건수는 2015년 6만1278건에서 2019년 12만1482건으로 5년 사이 2배나 급증했다. 특히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를 통한 착오송금이 80%를 넘었다. 이러한 착오송금은 오픈뱅킹(하나의 앱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이체 등이 가능한 서비스) 등의 활성화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착오송금 구제방안을 마련해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인의 실수를 정부가 책임질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에 부딪히며 국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와 기업이 비대면 거래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착오송금을 개인의 실수로만 치부하는 게 맞는 것일까? 착오송금 문제를 금융산업의 구조변화와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한 전문가의 의견이 눈길을 끈다. 임정하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논문을 통해 “착오송금은 개인의 실수라는 측면이 아닌 금융 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계좌번호를 몰라도 돈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금융거래가 간편해졌다. 그런 만큼 그에 따른 문제도 보다 간편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김봉아 (농민신문 정경부 차장)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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