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유독 혹독했던 강원도의 겨울

입력 : 2020-02-24 00:00


“오늘 하루 동안요? 허허, 만원어치나 팔았으려나요.”

2월의 어느 늦은 오후, 강원 화천산천어축제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얼음낚시터 한편에 마련된 먹거리 부스에서 잠시 발길을 멈췄다. 오랜만에 온 손님인 양 주인이 반색했다. 산천어살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어묵이 보였다. 뜨끈한 국물부터 목구멍으로 밀어넣으며 별생각 없이 매출액을 물었던 기자는 ‘만원’이라는 답에 자못 숙연해졌다. 그 순간 부스 앞 얼음낚시터에 붙은 빨간색 글씨의 ‘출입금지’ 안내판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축제 주최 측은 겨울철 이상고온과 철 모르는 폭우로 두차례나 개막일을 미뤘지만 결국 개장 하루 만에 안전상의 이유로 얼음낚시터 운영을 중단했다. 관광객 감소로 제때 방류되지 못한 산천어는 20t 이상 남았고, 팔지 못한 지역농산물엔 먼지가 내려앉았다. 인근의 한 숙박업소 주인은 “방 18개를 운영 중인데 축제 기간 중 어떤 날엔 딱 한가족 자고 갔다”며 고개를 떨궜다.

물론 푸근한 날씨 탓에 ‘얼음 없는’ 얼음축제가 진행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올겨울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까지 겹쳐 유독 뼈아팠다. 인제 빙어축제, 평창 송어축제도 조기폐막·일정변경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분루를 삼켰다.

강원도 내 난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동해안 일대를 덮친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과 태풍 ‘미탁’으로 침수피해를 본 이재민들은 여전히 임시조립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또 국방개혁 2.0으로 군 위수지역이 해제된 데 이어 주둔부대까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화천·인제 등 도내 접경지역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부대가 해체되면 군납으로 유지되던 지역농산물 판로가 대거 막힐 뿐 아니라 경기 역시 얼어붙을 것이 자명해서다. 참다못한 지역주민 1000여명이 최근 청와대 앞에서 상복을 입고 상여를 둘러멘 채 시린 겨울에 맞섰지만 달라진 건 없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뚝 떨어진 감자값은 소비부진의 긴 터널 속에 재고량이 1만5800t까지 치솟아 농민을 울리고 있다.

어느 결에 우수(雨水)가 지나고 곳곳에서 봄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린다. 유독 혹독했던 강원도의 이번 겨울도 조금씩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농사지으며 지역축제가 열리기만을 손꼽아온 농민들, 일상으로 온전히 복귀하지 못한 이재민들, 수십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을 감내해온 접경지 주민들의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봄의 향연에 취해 이들의 눈물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재기 의욕을 갖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세심한 지원대책을 가지고 이들을 보듬어 안아야 할 때다. 강원도 전역에서 누구나 기쁘게 가슴 펴고 맞을 수 있는 ‘진짜 봄’이 오길 소망한다.

김윤호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fac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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