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상기후에 비상 걸린 농가…누굴 믿어야 하나

입력 : 2020-02-14 00:00


한때는 ‘유행’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템’으로 여겨졌던 롱패딩이지만, 올겨울엔 옷장 밖을 나갈 일이 적었다. 유난히 따뜻한 날씨 덕에 부피만 잔뜩 차지하는 두꺼운 롱패딩은 한동안 ‘애물단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했다.

그러다 그 애물단지에 손을 뻗는 날이 왔다. 2월초, 올겨울엔 보기 드물게 수은주가 영하 10℃ 아래로 내려가는 나날이 이어진 것이다. 따뜻한 겨울에 익숙해져 있던 까닭인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롱패딩의 지퍼를 턱밑까지 잠갔다.

두터운 방한복에 기자는 따뜻해졌으나 농촌엔 강추위가 그대로 들이닥쳤다. 기상청의 농업분야 이상기후 감시·전망이 정확하지 않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기상청은 분명 2월3일부터 9일까지의 농업분야 전망에서 ‘이상저온이 나타날 가능성은 5%입니다’라는 설명을 달아놨었다.

패딩이야 옷장에서 꺼내 입으면 그만이지만,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방한 자재는 미리 준비해 한파가 시작되기 전 설치해둬야 할 것들이다. 특히 올겨울엔 평년보다 2℃ 이상 높은 기온이 꾸준히 유지돼 농작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휴면타파) 딱 좋은 상황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봄이 왔다고 착각한 작물이 언피해를 입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라 피해가 컸다.

한파가 닥치자 억울한 마음에 다시 기상청이 내놨던 자료를 찬찬히 훑어봤다. 그제야 기상청이 ‘이상저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이유가 눈에 들어왔다. 평년 대비 기온이 낮지 않은 것이다. 기상청은 기온·강수량 등의 기후요소가 평년(1981~2010년)과 견줘 크게 낮(적)거나 높(많)을 것으로 예상될 때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번처럼 갑자기 기온이 떨어졌다고 해도 과거에 비해 낮지 않다면 이상저온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문제는 기상청의 이런 판단이 농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업분야 이상기후 전망에서 ‘이상저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면 기온의 변동으로 작물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작물은 평년 기온보다 최근 기온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 얼어 죽는다’는 말처럼,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는 한여름에도 작물에 언피해를 줄 수 있다. 농작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발표를 할 것이라면 분야별 전망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농촌진흥청의 늑장대응도 아쉬운 대목이다. 농진청은 한파가 시작되고 난 후에야 각 도농업기술원에 공문을 보내 ‘겨우내 날씨가 따뜻했기 때문에 이번 추위가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한파 대비 기술 지도도 늦어졌다. 기상전문가도, 재배기술 연구자도 농가에 도움이 되기엔 대처가 턱없이 늦었다.

김다정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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