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출구 없는 고령층 ‘금융소외’

입력 : 2020-01-15 00:00


“그런 걸 뭐하러 배워. 필요한 거 있으면 자식들한테 시키면 되지.”

최근 농촌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이야기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같은 건 할 줄도 모르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단다. 또 노인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하는 한 단체의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어르신들은 교육을 받고 싶어하지 않아요. 새로운 걸 배우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힘들어하죠. 휴대폰으로 거래를 하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어르신들도 많고요.”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금융의 확산으로 고령층이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60대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18.7%, 70대 이상은 6.3%라는 통계치는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지만 해법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지역보다 고령화율이 높고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열악한 농촌에서는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렵다.

지난해 6월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의 핵심과제로 금융교육이 선정됐다. 이처럼 세계적으로도 전문가들은 금융교육을 중요한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위 사례처럼 노인들은 교육에 대한 의지나 열의가 높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큰 데다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고령층과 디지털금융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고령층에게 돌아간다. 점포수가 줄면서 은행을 찾아가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우대금리나 수수료 할인 같은 디지털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해 이중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더 문제는 이러한 피해에 대해 인식조차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2018년 한국은행 조사에서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60대 이상은 ‘들어본 적 없다’를 꼽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인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은 대부분 도시지역 중심으로 이뤄지며 디지털금융보다는 금융사기나 은퇴설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금융당국에서는 지난해말까지 고령층 디지털금융교육을 포함한 ‘금융교육 종합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해를 넘기도록 소식이 없다. 금융회사들은 ‘디지털 전환(DT)’에 사활을 걸면서 젊은 고객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시골에 혼자 살면서 모바일뱅킹엔 관심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까? 그들이 간편하게 디지털금융을 이용하도록 하려면 어떤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까? 디지털금융의 사각지대에 갇힌 노인들이 스스로 걸어나올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들어줘야 할 때다. 누구나 언젠가는 그 사각지대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이상 그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김봉아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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