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토양개량 현장체험의 교훈과 아쉬움

입력 : 2019-09-20 00:00


“농사의 성패는 건강한 흙에 달려 있습니다. 농민이 흙 가꾸기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본지의 기획코너인 ‘현장 속으로, 기자체험 25시’ 취재를 위해 8월말 초보농군으로 나선 기자에게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농장주가 들려준 말이다. 그는 “생명을 가진 작물을 키우는 농사에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게 없지만, 그중에서도 흙 가꾸기는 모종 기르기와 함께 가장 중요시하면서 역점을 두는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딸기 토경재배를 고집하는 그는 5월말 딸기 수확을 끝낸 뒤 3개월 동안 뜨거운 비닐하우스 안에서 토양개량을 위해 악전고투했다. 비닐하우스 내부로 물을 대고 염분을 빼내는 작업을 거듭하며 토양 속에 서식하는 선충 등 각종 병충해 방제에도 최선을 다해왔다. 한여름엔 70℃에 육박하는, 숨이 턱턱 막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의 농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자부하는 ‘최고 딸기’는 바로 건강한 흙이 원천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비닐하우스 내부의 흙에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토양개량제인 ‘바이오차’를 섞고 두둑을 세우는 체험을 하면서 건강한 흙을 만들기 위해 농장주가 흘린 땀방울의 교훈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시설재배농가들이 흘린 땀방울 덕분에 우리 국민은 한겨울에도 맛난 딸기를 비롯해 신선농산물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으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시설재배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통계로 드러난 수치엔 큰 아쉬움이 남는다.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은 5만1997㏊다. 게다가 과수 등 다양한 형태의 비가림시설까지 포함하면 시설재배지 면적은 9만3500㏊까지 늘어난다.

문제는 이런 시설재배지의 염류집적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은 전국의 시설재배지 가운데 55% 정도에서 염류집적이 심각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1차적인 원인은 고농도의 양분을 투입하는 시설재배농법에 있다.

그렇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과 흙의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지원에는 인색했던 것이다. 시설재배지의 토양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3년에 한번씩 공급하는 석회질비료나 규산질비료가 전부다. 이 정도로 시설재배지의 토양을 건강하게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다.

다행히 농협이 ‘시설재배지 토양개량제 공급사업’을 확정하고 올해 처음 농가들의 신청을 받아 지원을 시작했다. 이 사업이 성과를 내도록 하려면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본격 나서야 한다. “토양개량제 공급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지요.” 현장체험을 다녀온 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농장주의 절실한 바람이 귓가에 맴도는 이유다.

김기홍 (농민신문 산업부 차장) sigmaxp@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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