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민수당’이 포퓰리즘이 아닌 이유

입력 : 2019-08-09 00:00 수정 : 2019-08-09 11:29


아버지는 오랫동안 귀농을 꿈꿔 오신 분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농민수당’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오랜만에 술잔을 앞에 놓고 도시민 출신의 아버지와 농업 전문기자 아들이 농민수당을 이야기했다.

아들 : 아버지, 이제 농사만 지어도 수당이 나오는 시대가 오려나 봐요. 전남 해남에서는 매년 6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하기로 했고, 전남·북에서는 도 차원에서 농민수당을 도입하려고 해요. 귀농을 입에 달고 사시는 아버지가 보시기엔 어떠세요. 이 정도 금액이면 매력적인가요?

아버지 : 연간 60만원은 적지 않나? 농사지으려면 땅도 사야 하고 비싼 농기계도 준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3억~4억원은 족히 들 테니 말이야. 그래도 기존 농민에게는 생활비 등을 보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 근데 왜 농민에게 수당을 준다는 거지?

아들 :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준다는 거예요.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사는 데 건강한 먹거리가 중요하잖아요. 농민들은 열심히 땀 흘려 쌀·과일·채소를 생산하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거니와, 아름다운 풍광을 지키고 자연을 보전하는 역할도 하고 있거든요.

아버지 : 요즘 농촌소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잖아. 농민수당을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토대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농사를 짓고 농촌을 지키는 것의 가치를 합리적인 금액으로 환산해 보상한다면 농촌을 떠나는 이가 줄 테고, 나처럼 귀농·귀촌하려는 사람은 늘 테지.

아들 : 네, 맞아요. 지난해 여름 전남 장흥군 유치면으로 취재를 갔어요. 그 동네에 3년 만에 아기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요. 얼마 전에는 농촌에 있는 한 농협을 방문했는데 조합장이 한숨을 내쉬더라고요. 조합원 1000여명 가운데 50세 미만이 57명에 불과해 앞으로 존립기반이 빠르게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거죠. 이처럼 농촌의 인구소멸문제가 거대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누구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또 다른 누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해결의지 자체가 결여돼 있어요.

아버지 : 지방자치단체가 선심 쓰듯 경쟁적으로 농민수당을 앞세워 자체 예산뿐만 아니라 국가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던데.

아들 : 저는 농민수당을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대중영합주의’라고 생각해요. ‘농민수당 도입→중앙정부 예산 투입→도시민 세금낭비’라는 편협한 도식을 만들어낸 일부 정치인과 보수 언론이 국민의 대다수인 도시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이들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심산이잖아요.

농민수당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소외돼왔던 농민의 ‘작은 외침’에서 시작됐어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완성되도록 이제는 정치권·도시민·중앙정부가 화답할 때가 아닐까요. 텅 빈 농촌에 ‘후회와 탄식의 망령’이 돌아다니기 전에 말이죠!

이문수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leemoons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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