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원론적이지 ‘않은’ 답변

입력 : 2019-07-22 00:00


흔히 정부 관계자들은 난감한 문제엔 단언하지 않는다. 언론을 상대로는 더 그렇다. 그래서 곤란한 질문엔 대개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이를 농업수입(收入)보장보험과 가축질병치료보험을 취재하며 확연히 느꼈다.

“정책을 설계하는 데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해 시범사업기간을 7년으로 잡았지만, 정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농민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농가의 요구대로 시범사업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고 예산도 늘려갈 계획입니다.”

가축질병보험의 본사업 전환 여부를 묻자 돌아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의 답변에서는 당당함과 확신이 느껴졌다. ‘가축의 실손보험’격인 가축질병보험은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시행된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20년 가까이 된 가축재해보험보다 가입률이 2배나 높다. 정부는 빠른 시일 안에 본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면 수입보장보험에 대해선 조금 다른 뉘앙스의 답변을 받았다. 이 보험은 농산물가격 하락 등으로 농가의 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차액의 일부를 보장해준다.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예산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말 그대로 정책이 우리 실정에 맞는지를 시험해보는 것입니다. 본사업으로 전환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입보장보험은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가 아니며 농작물재해보험 등 다른 제도와 함께 운용돼야 한다”는 것도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기존의 농작물재해보험은 도입된 지 18년이 됐음에도 가입률이 30%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반면 일부 수입보장보험 품목은 가입신청을 받은 지 30분 만에 예산이 동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만큼 농가에 절실한 정책이라는 뜻이다. 현장에선 양파·마늘값이 떨어지자 “수입보장보험에 가입했다면 이렇게까지 손해를 보진 않았을 것”이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정부 입장에선 예산이 부담됐을 것이다. 수입보장보험은 시행 첫해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2017년엔 농가의 신청이 폭발적으로 늘어 기존에 책정됐던 예산보다 3배가량 많은 179억28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제도가 먼저 도입된 미국은 곡물 선물시장이 형성돼 있어 가격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농산물가격의 등락폭이 심해 보험금 지급 부담 등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론적으로’ 시범사업이니 오히려 본 사업보다 고민을 더 해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두 제도는 본질이 다를뿐더러 재해보험이 운용된 지난 20년간 농가소득 안정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양파·마늘 농가에게 가격하락은 생(生)과 직결된 일이다. 정부 관계자의 원론적인 답변은 가슴이 턱턱 막히는 좌절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농민이 듣고 싶은 건 그런 답변이 아니다. 지난해 가을배추부터 최근 양파·마늘까지 가격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눈물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진심이 담긴 고민과 정책이 필요하다. ‘원론적으로’란 설명 정도론 한참 부족하다.

김서진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dazzl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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