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로컬푸드직매장 실패하려면…

입력 : 2019-07-12 00:00


“농산물을 소량생산하다보니 판로가 없어 그동안 자가소비하거나 이웃들에게 나눠주던 영세농가가 우리 로컬푸드직매장으로 출하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화물트럭을 구입했어요. 취재하러 오세요.”

로컬푸드직매장을 운영하는 경기 남양주지역 농협직원과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다.

로컬푸드직매장은 주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농협에서 개설하며, 엽채류 등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농민들은 수확한 농산물을 정성껏 손질해 소포장하고, 자신이 직접 정한 가격표를 붙여 직매장에 진열한다. 농가는 직매장에 상주할 필요가 없어 낮에는 농장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직매장 개설자는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를 대행하는데, 보통 일주일에 한번 농가에 대금을 송금해준다. 유통단계가 줄어 농산물이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요즘 로컬푸드직매장이 소규모 농가의 판매처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농협도 로컬푸드직매장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모든 로컬푸드직매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를 듣고 무작정 개설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로컬푸드직매장에 대한 취재경험을 바탕으로 실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3가지를 제시해본다.

먼저 엉터리 입지 선정이다. 도농복합지역이거나 유명 관광지에 인접하지 않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에 직매장을 개설해야 방문객이 없어 곧 문을 닫게 된다. 주민 대부분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이기에 상품 수요가 적고, 외지인이 깻잎이나 상추 등 1만원어치도 안되는 상품을 구매하려고 일부러 차를 타고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글 첫머리에서 예로 든 화물트럭 구입농가가 농산물을 출하하는 직매장 주변에는 아파트촌이 들어서 있다.

둘째는 농민들이 철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아야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부분의 농가가 깻잎이나 상추 등 특정 품목을 집중 재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소규모 농가들끼리 출하한다고 해도 홍수출하(?)가 되는 품목이 발생한다. 당일 팔리지 않아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비자가 열무를 사러 왔는데 깻잎과 상추만 있으면 주변 마트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겨울철에 찾아왔는데 진열대 대부분을 비워놓으면 더욱 빨리 실패할 수 있다.

끝으로 상품관리를 대충대충 해야 한다. 소량이라도 판매가 가능하니 택시운전을 하는 농민 아닌 농민도 직매장에 물건을 출하한다. 상품 여기저기에 흙 또는 이물질이 묻어 있거나 포장재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려야 한다. 그러면 곧바로 항의전화가 걸려온다. 개별 포장마다 생산자의 이름과 농장명·전화번호가 적혀 있어서다. 소비자들이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면 직매장은 곧 문을 닫을 수 있다.

김은암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eunam@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