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용적 금융’의 대상은

입력 : 2019-06-10 00:00

“제도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 이해당사자인 농어민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최근 한 농민단체가 낸 성명서의 내용이다. 5월29일 기획재정부가 ‘2019년 기금평가 결과’에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의 폐지를 권고한 데 대한 농민들의 목소리다. 농민들은 기금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혜택을 더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은 농어가목돈마련저축 가입자에게 장려금리를 주는 재원이다. 기재부가 밝힌 폐지 이유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연간 저축한도가 240만원으로 낮아 기금의 목적인 농어가의 재산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가입자수 감소와 사업관리 취약도 이유로 꼽았다.

그렇다면 하나씩 따져보자. 240만원은 농민들에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예·적금 금리가 연 2%대로 낮은 상황에서 연 0.9~4.8%의 장려금리도 무시할 수 없다. 3·5년 동안 연간 240만원씩 납입한다면 기본이자 외에 장려금으로 10만~146만4000원을 더 받게 된다.

가입자수 감소는 농어민수 감소에 따른 것인데, 이를 이유로 농민들에 대한 혜택을 없앤다는 논리도 납득하기 어렵다. 또 부정가입자가 증가하는 등 사업관리가 취약한 것은 제도의 허점을 개선하거나 관리·감독 강화를 통해 해결할 부분이다.

폐지 이유를 살펴보면 이런 이유들이 기금을 폐지할 정도의 문제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실효성’ 운운하지만, 과연 기금의 실효성에 대해 농민들에게 물어봤을까 싶다. 40여년간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이 농민들의 재산형성에 기여해왔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취재를 하다보니 기금평가 결과가 2017년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와 묘하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을 담당하는 금융위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연구용역의 주요 내용은 대다수 농어가에서 취약계층 농어가로 수혜대상 축소, 기금사업에서 예산사업으로 전환, 담당부서 이관 등이다. 결국 현 제도를 없애고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가 다른 사업과 통폐합해 운영하라는 얘기다.

기금평가 결과에도 ‘필요시 실효성이 높으며 저소득층 농민에 특화된 대체지원사업 발굴을 추진하라’는 권고가 나와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가과정에서 기금을 관리하는 기관과 의견조율을 거친다”고 밝혔다. 기금 주무부처의 입장이 알게 모르게 반영될 수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따라서 평가결과는 금융위의 ‘제도개선’(?)에 더욱 힘을 실어줄지 모른다.

금융당국이 그토록 강조하는 ‘포용적 금융’의 대상은 어디까지일까. 금융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포용적 금융’은 현 정부가 내건 모토이자 세계적 추세다. 농가소득이 늘었다지만 아직도 도시근로자가구소득의 65.5%(2018년 기준)에 불과한 만큼 금융당국은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기 바란다. 너그럽게 감싸주는 ‘포용(包容)’의 마음으로.

김봉아 (농민신문 정경부 차장)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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