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새하동병원 사태로 본 농촌 의료현실

입력 : 2019-04-12 00:00


수많은 새가 하늘을 날지만 모든 새가 같은 방법으로 나는 것은 아니다. 독수리와 같은 맹금류의 서식지는 높은 곳이다. 중국 티베트 등에서는 해발 800m부터 4500m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높은 곳이 유리한 이유는 상층기류를 타기 쉬워서다. 둥지에서 뛰어내려 바람에 몸을 맡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비둘기나 오리류 등 대부분의 새는 스스로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야 한다. 이때 소모되는 에너지가 나는 데 소모되는 전체 에너지의 대부분이다.

지금 농촌의 의료현실이 비둘기나 오리류와 같은 처지가 아닐까 싶다. 도시지역엔 의료시설이 잘돼 있어 도시 환자들은 맹금류처럼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을 찾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응급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비둘기나 오리류처럼 온 힘을 다해 인근 대도시 병원까지 찾아가야 한다. 그나마 찾아갈 수 있으면 다행이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응급상황에서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응급의료기관은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나뉜다. 각각 보건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있는 도시지역은 환자가 많아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역응급의료기관은 환자수가 적어 경영압박을 받기 일쑤다. 응급의료기관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평가를 거쳐 3년마다 재지정된다. 실제 올해 전국적으로 재지정된 기관을 살펴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36곳에서 1곳이 줄었고 지역응급의료센터는 116곳에서 10곳이 늘었지만,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48곳에서 9곳이나 줄었다.

경남 하동의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인 새하동병원은 지난해 8월24일 군민에 대한 의료복지서비스 증진을 위해 힘찬 출발을 했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올 1월1일 문을 닫았다. 개원 4개월여 만에 경영난으로 법원에 회생인가 신청을 낸 것이다. 법원이 기업가치와 농촌지역의 공익성을 높이기 위해 3월8일 재개원을 허락, 같은 달 25일 재개원을 했지만 아직 전공의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새하동병원 관계자는 “도시병원은 종합병원 형태라 응급처치 후 입원 등을 통해 치료를 계속할 수 있지만, 농촌지역은 제반시설 부족으로 응급처치밖에 할 수 없어 적자구조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대안으로 공공의료기관 확대와 적자폭의 현실적인 보전, 도시와 차별화된 평가기준 마련 등을 꼽았다.

농촌지역의 응급의료기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평가엔 단순한 숫자가 아닌 ‘공익성’ 부분이 반드시 포함돼야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의료서비스 공백이 생긴다면 나머지는 정부의 지원으로 채워야 도시와 농촌간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맹금류처럼 뛰어내리면 바로 바람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안정된 응급의료기관을 요구하는 농촌주민들의 바람이 결코 사치는 아닐 것이다.

김도웅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차장) pachino8@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