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설재배 농가의 눈물

입력 : 2019-03-15 00:00


“전국적으로 시설하우스가 너무 많이 늘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년 내내 월급을 줘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재배규모를 늘리고 연중농사를 짓는 구조가 돼버렸어요.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네요.”

올겨울 시설채소 가격이 줄줄이 곤두박질치자 겨우내 애지중지 키운 작물을 갈아엎은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푸념을 쏟아냈다. 시금치·얼갈이·쑥갓 등 어떤 품목 할 것 없이 가격이 폭락하자 농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수확을 포기했다. 출하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돈을 버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

트랙터에 깔려 작물이 땅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한때 겨울철 고소득작물로 인기를 끌었던 청양고추가 떠올랐다. 청양고추는 타작물 재배농민들과 귀농인들이 재배에 가세하면서 생산과잉으로 치달았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인구유입을 위해 귀농정책으로 시설하우스 설치 지원사업을 펼친 결과 많은 귀농인들이 대형 시설하우스를 짓고 고추농사에 뛰어든 탓이다. 결국 2015년 1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청양고추가격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재배농민과 귀농인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견디다 못한 고추농가들은 토마토·딸기 등으로 작목을 바꿨고, 다시 재배가 늘어난 품목은 가격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졌다.

노동집약적 품목이 많은 시설원예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농사를 짓는다. 외국인 근로자를 놀리면서 임금을 줄 수가 없는 농민들은 시설하우스를 연중생산체제로 바꾸거나 기존보다 재배면적을 늘려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다. 이는 시설채소의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현실을 농민들이 모를 리 없다. 인건비는 매년 오르는 반면 농산물가격은 불안정하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농산물이 과잉생산되는 것에 대해 농민들 역시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 책임을 전적으로 농민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 이미 포화상태인 시설하우스가 더이상 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더불어 농민과 행정, 생산자단체들이 합심해 사전에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품목별 재배면적, 예상 생산량, 소비전망 등에 대한 정보를 농가에 미리 제공해 농가 스스로 생산규모를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며 생명산업을 지키는 농민들은 ‘대박’을 기대하지 않는다. 들쭉날쭉한 가격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그저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으면서 농사를 짓고 싶을 뿐이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풍년이든 흉년이든 걱정만 해야 하는 농업현실에서 우리의 생존방안은 무엇인지 시설채소 농가들은 농정 책임자들에게 묻고 있다.

노현숙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차장) rhsook@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