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본산 신품종 만감류 사태를 보며

입력 : 2019-01-11 00:00


일본 감귤품종으로 국내에서 처음 보호 출원한 만감류인 <미하야>와 <아수미>에 대한 소식을 접한 건 2018년 6월이다. 농민 수십명이 모인 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국립종자원 제주지원 관계자가 ‘품종보호제도 및 종자 분쟁’을 주제로 강의했다. 잠자코 듣던 농민들이 술렁인 건 말미에 여러 분쟁사례를 소개할 때였다.

그는 “해당 두 품종의 출원공개일이 2018년 1월15일”이라며, 이날 이후 <미하야>와 <아수미> 품종을 유통하거나 재배한 경우엔 침해죄가 성립되지만 이전에 유통했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원공개일 이전부터 재배했음을 입증하는 묘목 거래명세서와 영수증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농민들은 깜짝 놀라 묘목업체 주인이 그사이 사망했는데 판매기록이 없어졌다면 어떻게 되는 거냐, 대금을 은행계좌로 이체했는데 영수증으로서 효력이 있느냐 등등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다 못하고 자리를 떴다.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그 일은 그로부터 5개월이 흐른 11월, ‘사건’이 돼 돌아왔다. 소식을 전해 들은 일부 유통업체가 더이상 <미하야>와 <아수미> 품종의 과일을 공급받지 않겠다고 통보해오면서다. 농민들은 아연했고 지역농협조차 우왕좌왕하는 사이 수집상들은 분위기에 편승해 헐값에 과일을 사들였다.

본지 첫 기사는 이 시점에서 나갔다.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이 소개되자 많은 언론이 잇따라 보도했고 농민들은 여러 기관을 직접 쫓아다니며 대책을 요구했다. 결국 2018년 해를 넘기기 닷새 전날, 농림축산식품부가 ‘판매 가능하다’는 취지의 법령 해석 결과를 제주도에 보내오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출원공개일 이후 11개월만이고, 국립종자원이 강의한 지 6개월 만이다.

좀더 일찍 대응할 수는 없었을까. 언론에 보도가 안됐다면 관계당국은 지금도 쉬쉬하고 있을까. ‘품종보호공보 제234호(2018년 1월15일 등록)’를 보면 일본 측은 만감류 외에도 복숭아(1종)·단감(3종)·사과(2종)·배(7종) 등 5개 품목 15개 품종을 무더기 출원했다. 그런데도 지난 1년간 농민과 묘목업체에 대한 당국의 관련 교육·홍보는 거의 없었고, 묘목업체의 판매광고는 계속됐다.

최근 보수 성향의 일본 후지TV에서 이 문제를 취재하겠다는 뜻을 산지에 알려왔다. 가뜩이나 한일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정제되지 않은 얘기가 흘러나가면 곤란할 일이다. 농민·묘목업체·종자관리기관·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 지혜로운 결론을 도출해내야 할 시점이다. 이번 기회에 감귤 말고도 복숭아·사과 등 일본 품종이 많은 과수의 ‘품종 독립’을 선언할 방도를 찾는다면 더욱 좋겠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가 아닌가.

김소영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차장)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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