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치매보험이 제 기능을 하려면

입력 : 2018-11-05 00:00


보험사에서 신상품을 출시하면 기자의 메일로 보내준다. 올해는 111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 때문인지 주계약으로 폭염피해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많았다. 반려동물보험상품도 늘었다. 반려동물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영향이다. 무엇보다 치매보험상품이 급증했다. 보험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사회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문재인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했다. 치매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고령화로 치매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보장제도는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대책이다. 실제 중앙치매센터가 추산한 우리나라 치매환자수는 약 70만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에서 9.8%가 치매환자다. 2050년에는 고령 치매환자가 15.1%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치매가 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도 치매보험 수령률은 0.04%에 불과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치매보험 수령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본인이 보험에 가입한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 치매라는 질병의 특성에 기인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 만든 것이 ‘대리청구인제도’다. 치매에 대비한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보험금을 대신 청구해줄 사람을 미리 지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보험사의 불완전판매가 많아 이 제도를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금융감독원이 2016년 치매보험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조사한 결과 불완전판매 관련 접수가 45.5%로 전체 불만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치매보험이 중증 치매환자만 보장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10월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치매보험의 95%가 중증 치매환자용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에서 정의하는 중증 치매는 전체 치매 발병률에서 2%밖에 안된다.

보험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사실상 치매를 제대로 보장하려면 네덜란드 치매마을인 ‘호그벡(Hogeweyk)’ 수준의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호그벡마을에는 치매환자 150여명이 일반인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각종 복지 설비가 갖춰져 있다.

갈 길이 멀지만 탄탄한 치매보험은 ‘한국판 호그벡마을’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보험사의 불완전판매를 줄여 고령의 치매환자가 대리청구인제도를 적극 활용토록 하고, 정부도 이를 홍보해야 한다. 경증 치매를 보장해주는 보험도 많이 개발하고 가입연령 또한 낮춰야 한다.

오늘도 치매환자의 자살이나 간병을 하다 살인까지 저지르는 치매환자 가족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죽음보다 죽지 못함을 고민하는 시대다. 치매보험이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건강과 생계를 보장해주는 완전한 보험이 되길 바란다.

박준하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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