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영농형 태양광의 성공조건

입력 : 2018-10-10 00:00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했다고요? 아니 그러면 뭐합니까. 설치를 할 수 없는데….”

‘국내에도 영농형 태양광 시범사업 추진’이라는 기사를 보도(본지 10월5일자 11면)한 후 한 농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귀농을 했다는 이 농민은 “정부가 규제를 그대로 두고 영농형 태양광사업을 추진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사실 영농형 태양광 도입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그럼에도 태양광발전 부지 확보의 절박함과 농가소득 증대라는 명분이 맞물리면서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농지에 태양광시설물 설치를 막는 농지법의 시행령 개정 없이 영농형 태양광사업이 출발하게 된 점이다. 농민들이 직접 농지를 잡종지로 변경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태양광발전사업 인허가 조건은 더욱 까다롭다. 시설을 설치할 때 마을이나 도로로부터 적게는 200~500m, 많게는 1~2㎞의 이격거리를 두도록 조례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대부분 지역의 농민들은 영농형 태양광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발전사업자가 될 경우 농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축소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민들은 안정적인 농외소득을 기대하며 영농형 태양광사업에 관심을 갖는데, 자칫 ‘그림의 떡’에 그칠 수 있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사업이 제대로 출발하려면 우선 이러한 현안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사업 추진에 있어 중장기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이미 2005년부터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 시험을 시작한 일본에서는 기본에 충실한 모양새다. 영농형 태양광이 좋은 취지를 가졌다고 해도 농사가 중심이고 발전은 부차적인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영농형 태양광사업이 작물의 수량과 품질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면 시설 운용기간을 최초 3년에서 10년까지 연장해준다.

농지는 태양광발전을 위한 사업 부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영농형 태양광사업이 농업·농촌·농민의 희망이 되려면 농가소득 증대뿐 아니라 농지보전과 환경보호라는 대의에도 부합할 수 있어야 한다.

김기홍(농민신문 산업부 차장) sigmaxp@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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