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본 고향세의 뚝심

입력 : 2018-07-13 00:00

3653억엔(3조7000억원). 일본 총무성이 6일 공식 발표한 ‘2017년 고향세 유치실적’이다(본지 7월11일자 1면 보도). 이는 2016년 실적 2844억엔(2조8700억원)보다는 28.5% 늘어난 것이지만 2014년 389억엔(3930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한 엄청난 액수다.

9일 기자와 전화 통화한 총무성 관계자는 “고향세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분명 고무적”이라면서 “고향세가 착실히 정착돼가고 있음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의 고향세액 규모가 3년 만에 일본 정부도 놀랄 만큼 커진 이유는 뭘까? 이런 의문 끝에 기자는 일본 정부가 보인 ‘뚝심’의 성과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향세가 거의 힘을 받지 못했던 2014년말 총무성은 고향세 납세자들에 대한 답례품 내실화를 지방자치단체에 주문했다. 지역 대표 농특산물을 포함해 가성비가 높은 상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도록 적극 유도한 것이다.

2015년엔 고향세 납세자들의 주민세 특례공제 한도를 연간 10%에서 20%로 높인 데 이어 신용카드 등으로 전자납부도 가능토록 했다.

2017년 들어서는 지자체들간의 답례품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한도를 고향세 납부액의 30% 이하로 권고하고, 이를 어기는 지자체에 대해선 주의를 주는 등 제지에도 나섰다. 특히 고향세의 사용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납세자들이 사용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지자체가 적극 나서줄 것을 권고했다.

이런 혁신적인 조치들은 일회성으로 끝낸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취하고 있다. “고향세가 성공한 것은 일본 정부의 시의적절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정책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총무성은 올해도 지역농특산물로 고향세 답례품을 제한했다. 지역활성화를 위해 창업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동원하는 경우에도 고향세와 똑같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국내로 고개를 돌려보자. 고향세 도입은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고 관련 법률안도 여러건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나날이 더해가는 지방소멸의 위기감을 고려할 때 정부나 정치권 모두 무책임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늦더라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편보다 낫다(Better later than never)’는 서양속담이 있다. 늦었지만 정부가 뚝심을 갖고 정치권과 협력해 지지부진한 고향세 도입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김기홍 (농민신문 산업부 차장) sigmaxp@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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