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양정현안 산적, 실효성 있는 묘안 짜내야

입력 : 2018-07-09 00:00


모내기를 마친 들녘은 평온함 그 자체다. 농민들이 정성 들여 심은 모는 녹색의 장관을 연출하고 새들만이 한가로이 들녘을 배회한다. 쌀 생산조정제로 시끄러웠던 모내기 이전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양곡정책이 쉽지 않다는 건 쌀 생산조정제로 또다시 입증됐다. 쌀 생산조정제는 정부가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고자 올해 재도입한 고육책이다. 농민들이 2017년까지 벼를 심었던 논에 타작물을 심으면 1㏊당 340만원을 지원해 벼 재배면적 5만㏊를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정부가 사업신청 마감시한을 당초 2월말에서 4월20일로 두달 가까이 연장했는데도, 쌀 생산조정제 신청면적이 목표치의 66%인 3만3000㏊에 그쳤다. 논 타작물 재배 정책사업 면적인 4000㏊를 합쳐도 올해 벼 재배면적 감축규모는 3만7000㏊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제는 실제 이행률이 이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농민들의 쌀 생산조정제 신청률이 저조해지자, 실적에 쫓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우선 신청하고 벼를 심을지 말지는 나중에 알아서 하라”고 농민들에게 읍소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의 타이밍을 놓쳐서다. 올초부터 쌀값이 올라 농민들이 생산조정제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다. 쌀값 약세가 지속됐던 지난해였다면 상황이 많이 달랐을 것이다. 정책의 연속성도 의심받았다. 예전처럼 쌀 생산조정제가 한시적 운영에 그치면 타작물을 심은 농가들이 낭패를 볼 것이란 우려가 컸다.

연말에는 더 중요한 양정현안이 남아 있다. 쌀 목표가격 설정과 직접지불제 개편이다.

정부는 연말 안에 국회 동의를 받아 2018~2022년산에 적용할 새로운 쌀 목표가격을 정해야 한다.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목표가격을 산정하면 현재(80㎏ 기준 18만8000원)와 별반 차이가 없고,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하면 이보다 1만원 정도 높은 19만7000원대로 추산된다. 이는 농민단체들이 주장하는 21만~24만원과는 차이가 심하다.

쌀 직불제 개편도 불가피해 보인다. 직불제 개편 없이 목표가격만 상향 조정되면 직불금이 쌀에 편중된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변동직불금이 농업보조총액(AMS)을 초과하는 사태가 주기적으로 재연될 수 있다.

양정 개편은 정부가 어떠한 안을 내놓든지간에 논란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고질적 난제다. 진통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양정 개편의 초점은 농가소득 안정에 맞춰져야 한다. 단순히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면 농민들의 강한 반발과 대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연속성을 의심받는 쌀 정책은 이전의 생산안정제로 족하다. 

남우균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wknam@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