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강소농 교육 ‘그 나물에 그 밥’

입력 : 2018-05-14 00:00 수정 : 2018-06-10 15:05


“비슷한 내용의 교육이 반복되는 게 아쉽죠.”

‘강소농 자율모임체가 뜬다’ 기획시리즈 취재를 위해 만난 강소농들이 인터뷰 말미에 공통적으로 내비쳤던 말이다. 올해 8년 차에 접어든 강소농 육성사업의 핵심인 농가교육이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이 돼버렸다는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듯했다.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강소농 교육은 중소규모 농가가 대부분인 한국 농업의 한계를 창의적 아이디어로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농가교육을 특히 강조했는데, 시행 초기 신선했던 내용이 해가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자 실망의 목소리가 하나둘 나오는 것이다.

현재 강소농 교육은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매년 지원자를 받아 진행한다. 보통 기초·심화반으로 나뉘며 두 과정 모두 농업경영마케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등을 위주로 수업이 이뤄진다. 비슷한 교육을 받다보니 강소농들은 차별성보다 동질성을 보이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강소농들이 교육을 수료한 이후 시도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이름을 가리면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유사하다. 로컬푸드직매장 입점, 축제·장터 참여, 팜파티 개최 등이 그 예다.

더욱이 강소농 교육은 많은 지원자에게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도록 운영되는 구조다.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인 만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농기센터의 기본입장이다. 기초교육도 받지 못한 농가가 여전히 많을 수밖에 없으니 언뜻 보면 일리 있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교육내용은 크게 바꾸지 않은 채 대상자만 늘리는 구조는 차별화된 농가를 만들어내겠다는 당초 취지와 점점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2017년 10월 기준 강소농 교육 누적 인원만 약 7만4000명에 달한다.

차별화를 꾀하지 못한 강소농들은 결국 같은 파이를 두고 다툴 수밖에 없다. “2010년대 초반에는 온라인으로 전체 물량의 90% 정도를 팔았는데 그 비중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은 농가들끼리 치열하게 온라인 판매 경쟁을 하는 탓이죠.” 전북 김제에서 만난 한 강소농의 말이다.

강소농 교육은 농가가 자신의 농장과 농산물을 어떻게 꾸미고 6차산업화를 어떻게 추진할 지 등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교육시스템은 ‘작지만 강한 농가’를 육성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제 강소농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교육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농가별 수준에 맞는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다. 먼저 강소농에게 어떤 교육을 보완하고 어떻게 내용을 세분화해야 할지 물어보는 수요조사를 그 출발점으로 삼으면 어떨까.

오은정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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