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방소멸, 서울은 괜찮을까

입력 : 2018-01-12 00:00

 

“지방소멸이요? 지방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게 문제라면, 서울은 괜찮다는 얘기 아니에요? 서울은 사람이 많아서 오히려 걱정이잖아요.”

사석에서 만난 농업관련 기관 종사자의 말이다. 서울에 사는 그는 “농촌에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은 농촌의 문제이고 서울의 문제는 아니지 않냐”며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서울 시민이 얼마나 될까. 내가 발 딛고 선 삶의 공간을 벗어난 세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짐작건대 지방소멸이 눈앞에 닥친 위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소멸은 현실로 다가온 문제다. 서울도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젊은 사람은 많지만, 출산율은 전국 꼴찌 수준이다. 2016년 기준 전국 합계출산율 평균이 1.17명인데, 서울시는 0.94명에 불과하다.

총인구도 감소 추세다. 서울시가 2017년 말 발표한 <서울통계연보>를 보면 서울시 총인구는 2010년 이후 매년 줄어들어 2016년에는 1020만4000명을 기록했다. 1000만명선 붕괴가 현실화된 것이다.

인구 재생산력이 떨어지는 서울이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방에서 인구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지방의 인구가 사라지면 서울로 유입되는 인구도 줄어들고, 결국 서울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소멸에 대한 보고서를 처음 발표한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저수지 비유를 든다. 우리나라를 하나의 거대한 인구 저수지라고 가정하면, 가뭄으로 저수지가 마를 때 얕은 지역부터 바닥을 드러내지만 깊은 곳에서도 물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인구감소의 위험은 가장 약한 고리부터 시작해 결국 수도권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또 지방이 쇠퇴하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지방도시는 중앙정부 예산을 잡아먹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세부담이다.

지방소멸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의제다. 서울에 산다고 해서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구가 빠져나간 지방의 현재는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일지 모른다.

함규원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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