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풍성한 추석, 속타는 농심

입력 : 2017-09-13 00:00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한달도 남지 않았다.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늦은 10월인 데다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열흘이라는 유례없는 연휴가 이어지게 됐다. 농민들은 늦은 추석과 긴 연휴를 감안한 대목장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개최한 ‘2017년 추석 성수기 대비 과일산업 토론회’에서 이번 추석은 봄철 우박·가뭄과 여름철 장마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한가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과·배·단감 등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주요 과일의 수급이 원활할 것으로 조사된 덕분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농산물 수급 불안과 식탁물가 상승이 대한민국 언론들의 주요 뉴스였던 것을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풍성한 명절을 앞두고도 과일재배농가의 마음은 편치 않을 듯싶다. 여름까지 가뭄·장마와 싸우며 추석 대목장을 눈앞에 뒀지만 또다시 ‘풍년의 역설’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아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 중에 만난 농민들은 추석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한가득 걱정을 안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늦은 추석으로 비교적 수월해진 출하 준비와 대목장에 기대를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기대보다 가격이 부진할까 염려하는 이도 상당했다. “여름까지만 해도 농사가 잘 안될까 우려했는데, 막상 생각보다 잘되고 보니 가격이 걱정”이라고 나지막하게 하소연한 충남 천안의 한 농민처럼 말이다.

농민들의 걱정이 어디 이뿐이랴. 올초 설 명절 때 그 영향력을 확인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앞에서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선물 허용가액 범위를 넘어서지 않게 소포장화를 추진하고 지방자치단체·농협 등과 협력해 나름의 대처를 하고 있지만, 굳어버린 선물용 소비를 되살리기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조선 후기 문신인 김매순의 <열양세시기>에서 유래한 속담이다.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먹을 것이 푸짐한 추석처럼 1년 내내 잘 먹고 잘 입고 편히 살기를 바라는 우리 선조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러나 2017년 추석 대목장을 준비하는 농민들에게 이 말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오히려 농산물 가격이 어떤 흐름을 보일지 초조하게 속만 태우는 모양새다. 모진 계절을 이겨냈지만 여전히 풍년의 역설과 김영란법의 울타리에 사로잡혀 있는 탓은 아닐까.

김동욱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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