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카카오뱅크의 출범

입력 : 2017-08-09 00:00 수정 : 2017-08-16 09:27

‘300명으로 4240만명을 상대하겠다?’

그리스 수호를 위해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맞서 싸웠던 영화 <300> 속 300여명의 스파르타쿠스 군인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7월27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이야기다. 카카오뱅크의 임직원은 300명에 불과하다. 반면 임직원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1·4분기 기준 1만7085명이다. 그 카카오뱅크가 모바일을 앞세워 금융전장(融戰場)에 뛰어들었다. 점포운영비와 인건비를 줄여 대출금리는 낮추고 예·적금 금리는 올리면서 오프라인 대형 시중은행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IT플랫폼 회사 카카오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비장의 무기는 바로 ‘국민 대화창’으로 불리는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은 4240만명에 이르는 월평균 활성이용자수(MAU)를 자랑한다. 카카오톡 계정만 있으면 카카오뱅크 회원가입은 식은 죽 먹기고, 계좌가 없어도 송금이 가능하다.

여기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제서야 우리가 그 오랜 세월 카카오톡을 어떻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4240만명이 넘는 카카오톡 사용자는 그야말로 카카오뱅크의 황금어장이나 다름없다.

금리와 편의성에 민감한 고객들은 카카오뱅크의 등장을 ‘격하게’ 반기고 있다. 3일 기준 안드로이드폰에서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한 사람이 232만명을 넘어섰다. 단 일주일 만에 하나은행 모바일 앱과 ‘맞짱을 뜰’ 정도가 됐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은 상전이 벽해가 되고 있는데 시중은행의 변화는 더뎌 보인다.

한 은행의 모바일 앱을 내려받는 곳에서 고객의 반응을 살폈다. ‘왜 이렇게 절차가 복잡하냐?’ ‘업데이트를 했는데 계좌 이력이 왜 다 날아갔느냐’라는 등의 불평 일색이다. 카카오뱅크는 바로 이 점을 노렸을 것이다.

얼마 전 편의점에서 주거래은행의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더니 점원이 아래위로 훑어봤다. 그러면서 “삼성페이 외에는 결제가 안돼요”라고 했다. 금융회사가 가장 자신 있어 해야 할 ‘간편결제’ 분야에서도 제조회사에 밀린 지 오래인 것이다.

고객은 정직하다. 쉽고, 간단하고, 싸고, 안전하면 그 서비스와 재화를 이용한다. 온라인에서 토종은행·초대형은행과 같은 수식어는 약발이 다한 지 오래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쓰러뜨리고,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다. 비단 금융권만의 문제랴.

이문수(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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