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부·지자체 대책 기다리다 지쳐 ‘마른 눈물’만…

입력 : 2020-07-15 00:00 수정 : 2020-07-15 09:35

화상병 직격탄 충주 농가

“5% 룰 적용 방역 대책이 병 확산 빌미 제공” 원망

보상금 지급 기준에도 울분
 


눈물도 말라버린 걸까. 과수 화상병의 직격탄을 맞은 충북 충주시 산척면 일대에서 만난 농민들은 여름 한낮 뙤약볕이 내리쬐는 텅 빈 과수원 앞에서 말없이 허공만 바라봤다. 이러려고 사과농사를 지었나 싶어 또다시 후회하고, 수입 과일의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수원에만 매달렸던 자신들의 정성을 탓했다.

올해 54세인 김기영씨도 화상병에 속수무책이었다. 2007년 귀농한 그는 사과농사를 시작했다. 당시 사과만 한 소득작목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아내와 함께 빚내고 땅까지 빌려 재배에 나섰다. 그렇게 13년간 일군 과수원은 5필지 3만3000㎡(1만평)에 이르렀다. 그중 한 필지는 성수확기에 접어드는 7~8년생이라 최상급의 사과 수확만 기대하던 터였다. 무엇보다도 지난봄 저온피해를 이겨냈기에 올 농사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김씨는 5월 중순께 과수원을 살피던 중 화상병을 발견했다. 6월초 화상병 통보를 받았고, 자식 같은 4필지의 1800그루를 땅에 묻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빚도 갚고 풍요로운 노년도 꿈꿨지만 물거품이 됐다. 한달여가 지난 지금, 텅 빈 농장을 보는 김씨의 심정은 착잡하다. 다시 사과나무 재배를 시작하면 적어도 7년은 지나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화상병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올해 산척면에서만 160가구가 80㏊에서 사과나무를 캐냈다. 지난 한해 동안 충북도 전체 피해 규모의 90%에 육박한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고 보니 농가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지금의 방역대책이 화상병을 확산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원망했다. 매몰 기준을 대표적인 예로 손꼽는다. 지난해엔 화상병이 발생한 과원 내 나무는 모두 땅에 묻었다. 그러나 올해는 화상병이 발생했던 지역에 한해 과원 내 발생률이 5% 미만이면 발병주만 제거하는 ‘5% 룰’을 적용했다.

올해초 달라진 손실보상금의 지급기준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했다. 영농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희망 섞인 대책을 기다리다 지친 농가들은 지금 ‘마른 눈물’만 떨구고 있다.

지난봄 자연재해와 화상병 등으로 큰 피해를 본 농민들의 고충을 전하고자 시작된 ‘2020년 농가 눈물 보고서’가 막을 내렸지만, 농가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다. 눈물이 희망으로 바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김태억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eok112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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