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우울한 농업인의 날
11일은 스물네번째 맞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강원 원주에서 농촌계몽운동을 하던 원홍기 선생이 1964년 처음 제안했다. 이후 정부부처 협의를 거쳐 1996년 5월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공식 제정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시장개방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한 농민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한 농민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취지에서다.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한 이유는 이렇다.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한자 흙토(土)는 십(十)과 일(一)로 이뤄져 있다. 이에 착안해 ‘土’자가 두번 겹치는 11월11일로 농업인의 날을 정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농업인의 날 기념식은 ‘土’자가 세번 겹치는 11월11일 11시에 한다. 농업인의 날은 농민에겐 잔칫날이나 다름없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며 수확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이 되면 농업계는 전국 곳곳에서 국민과 가래떡을 나누는가 하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미래상을 공유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 그런데 올해 농업인의 날은 영 우울하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태풍피해에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3개의 가을태풍이 잇따라 우리나라를 강타하면서 과수·채소류가 막대한 피해를 봤다. 매년 과잉생산으로 걱정했던 쌀도 부족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ASF는 7일 현재까지 14건이 발생해 261개 농장의 돼지 43만5000여마리가 살처분됐다.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애써 키우던 돼지를 파묻어야 하는 양돈농가들의 고통은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농업을 둘러싼 통상환경도 갈수록 농민들을 옥죄고 있다. WTO 체제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정부 결정은 우리 농업을 그나마 보호해왔던 ‘방패막’을 스스로 던져버린 것이다. 정부는 당장 어떤 피해도 없다고 얘기하지만, 농민들은 향후 진행될 농업협상의 결과에 따라 관세 및 보조금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4일 태국 방콕에서 들려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알셉·RCEP)의 협정문 타결소식에 농민들은 다시 한번 우울해졌다. 농산물의 양허(개방) 수준이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을 뛰어넘을 경우 농업분야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당초 올해 농업인의 날 행사는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었다. 농민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범국민 행사로 만들어 국민이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게 한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ASF 발생 등으로 행사는 쪼그라들었고, 조촐한 기념식만 마련됐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준비한 ‘문재인 농정비전 선포식’도 연기됐다. 여러모로 우울한 농업인의 날이 아닐 수 없다. 서륜 (농민신문 정경부 차장) seolyoon@nongmin.com
서륜 이미지 서륜농민신문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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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이지훈의 경제이야기 (64)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상관관계, 한쪽 늘거나 줄면 다른 한쪽도 증가 또는 감소 서로 직접적 원인·결과 아냐 영향 미치는 제3의 요인 존재 인과관계로 착각하기 쉬운데 잘 구분해야 잘못된 판단 막아 어느 아이스크림 회사가 온라인 광고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마케팅부서장이 직원에게 광고를 하면 매출이 얼마나 오를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직원은 과거 회사 데이터를 살펴봤다. 2015년까지 광고를 안하다가 2016년에 광고를 했는데 그해 매출이 40% 늘었다. 그래서 직원은 상사에게 보고했다. “광고 덕분에 2016년 매출이 전해보다 40% 늘었습니다”라고. 이 직원의 보고는 정확할까? 쉽게 “그렇다”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광고 이외의 다른 요인 때문에 매출이 증가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6년은 유난히 무더웠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해 매출 증가는 광고 덕분이 아니라 순전히 더위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해 경기가 유난히 좋았을 수도 있다. 광고가 아니었어도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오류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한 데서 비롯됐다. 광고 액수와 아이스크림 매출 사이에는 상관관계(한쪽이 늘거나 줄면 다른 한쪽도 늘거나 주는 관계)가 있다. 그러나 그걸 가지고 광고가 ‘원인이 되어’ 아이스크림 매출이 느는 결과가 나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런 오류는 치명적이다. 만일 아이스크림 회사가 마케팅부 직원 말만 믿고 광고를 집행한다면 매출을 늘리는 데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올 여름이 2016년과 달리 덥지도 않고, 경기도 좋지 않다면 말이다. 문제는 이런 오류가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는 데 있다. 특히 언론보도에 단골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의 사장이 바뀐 다음해에 주가가 상승했다면, 언론은 새로운 사장의 개혁이 이뤄낸 성과라고 보도한다. 주가를 올린 다른 요인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번엔 실제 사례다. 199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이 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수면 중에 불이 켜져 있었는지와 근시인지 여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결과 수면 중에 불이 켜져 있었던 아이일수록 근시가 되는 비율이 높았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불을 켜고 자는 것과 아동 근시 사이의 상관관계를 나타낼 뿐 인과관계를 드러내지는 않는다”고 밝혔지만, 언론들은 “불을 켠 채 재우면 아이가 근시가 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나중에 다른 대학교 연구팀은 이것이 단순한 상관관계임을 밝혀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근시일수록 아이가 자는 시간에도 불을 켜놓는 일이 많았고, 부모가 근시일수록 아이가 유전적으로 근시가 되기 쉽다는 것이었다. 즉 수면 중에 불을 켜놓은 것이 아이를 근시로 만든 것이 아니라, 부모가 근시인 것이 수면 중에 불을 켜놓은 것과 아이가 근시가 된 것 둘 다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데이터 분석의 힘>이란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다.) 이런 보도들은 고의가 아닌 무지에 의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시청자나 독자를 현혹하고 잘못된 판단을 유도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같은 사례들을 통계분석에서는 ‘누락변수(혹은 잠복변수)로 인한 문제’라고 일컫는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제3의 요인이 있는데, 그것을 감안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의미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한 것은 마찬가지인데, 조금 다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학자가 범죄문제에 대해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주요 도시의 인구 1000명당 경찰관 숫자와 강력범죄 발생빈도를 비교했는데, 앞의 데이터와 뒤의 데이터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즉 경찰관 숫자가 많은 도시일수록 강력범죄 발생빈도가 높았다. 학자는 이 결과를 토대로 경찰관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학자의 주장은 무엇이 잘못됐을까? 앞뒤가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경찰관이 많아서 강력범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강력범죄가 많은 도시에서 경찰관을 많이 뽑은 것이다. 이런 경우를 ‘뒤바뀐 인과관계의 문제’라고 한다. 새 비료를 썼더니 수확량이 늘었는가? 비료 때문에 수확량이 늘었다고 단정하지 마라. 비료 이외에 수확량을 늘린 다른 요인은 없었는지 충분히 검토해본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경제학을 비롯한 많은 학문분야에서 학자들이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고 진정한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지훈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 경제학 박사 ▲현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저서 <혼창통> <단(單)> <현대카드 이야기> 등 다수
이지훈 이미지 이지훈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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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에서

[독립문에서] ‘덕분에’ 성공하고 ‘때문에’ 실패한다
큰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들어보면 성공의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자신을 낮추고 공은 남에게 돌리는 것이다. 엄청난 노력을 해왔어도 자신의 공은 뒤로하고, 도움을 준 사람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빛나는 트로피가 아니라 수상소감이다. 수상자가 누구에게 감사를 표하는지, 그리고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가 관심사가 된다. 부모님·스승·동료·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사람들은 때로는 환호하고 때로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스포츠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NBA 최고 스타 케빈 듀란트는 MVP 시상식에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헌사했다. “어머니는 아무도 아들이 성공할 것을 믿지 않을 때 격려해주셨고, 굶주리면서도 아들을 먹이고 입혔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희생하며 아들의 성공을 위해 살아오셨습니다. 오늘 진정한 MVP는 저의 어머니입니다.” 시상식장에서 수상소감을 들으며 그의 어머니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요시노 아키라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과 아내 그리고 몸담은 회사에 공을 돌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추천해준 책인 영국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의 <촛불의 과학>이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가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부인은 남편의 칭송을 듣자 “평범한 회사원인 줄 알고 살았는데, 이런 큰 상을 받는 위대한 인물인 줄 알았으면 내조를 더 잘할 걸 그랬다”고 재치 있는 말을 했다. 회사에는 별다른 상업적 기여를 못하고 있는데도 계속 연구할 수 있도록 인내해줘 고맙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노벨상 수상발표 후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평판도 좋아지고 있다. 지금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BTS는 노래와 춤도 대단하지만, 이들이 가진 가치관과 품성도 찬사를 받고 있다. 세계 최고 스타이지만 오만함과 까칠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열성팬들인 ‘아미’가 오늘의 BTS를 만들었다고 늘 공을 돌리고 있다. “오늘 영광스러운 상을 받아 매우 기쁩니다. 아미와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 우리들의 자랑이고 기쁨입니다. 늘 함성과 응원으로 우리를 격려해주신 여러분 덕분에 우리가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성공을 했더라도 감사함을 잊은 사람은 무너진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저는 남들이 배불리 먹을 때 굶주린 배를 물로 채우며 죽을 각오로 일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한두번 성공할 수는 있으나 모든 것을 잃기 쉽다. 공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사람은 지금까지 도와주던 사람도 등을 돌리고 마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최악은 남 탓을 하는 사람이다. 일이 꼬였을 때 스스로 반성하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남 탓을 하면 결국 아무도 도와주지 않게 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덕분에’를 찾는 사람과 원망하는 마음으로 ‘때문에’를 찾는 사람은 인간관계도, 일의 성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덕분에’로 성공하고 ‘때문에’로 실패하는 것이 세상사의 중요한 법칙인가 보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윤은기 이미지 윤은기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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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농업인의 날, 우울함 벗고 즐거운 잔칫날 되려면
예결위, 내년 예산안 증액 수용을 정부도 공약 이행해 농심 살펴야 농업인의 날이 또 그저 그렇게 지나갔다. 벌써 스물네번째 맞은 농업인의 날이다. 열손가락으로 두번 세고도 남는 농업인의 날을 보냈지만, 과연 농업·농촌이 밝고 희망적으로 변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으로 농산물 시장개방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한 농민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1996년 5월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공식 제정했다. 이처럼 농업인의 날은 농민들에겐 잔칫날이나 다름없는데, 그동안 한번이라도 흥에 겨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올해도 11일 세종시에 있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농업인의 날 행사가 열렸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4개 농민단체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청와대 앞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농업정책을 규탄했다. 올해 농업인의 날이 예년보다 더욱 우울한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는 10월25일 WTO 체제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국익을 우선한다는 명분으로 농업을 또다시 희생양으로 삼았다는게 농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일 태국 방콕에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알셉·RCEP) 협정문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농산물의 양허(개방) 수준이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을 뛰어넘을 경우 농업분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악재다. 정부예산 가운데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축소돼 내년엔 2.98%에 불과하다. 농업·농촌을 둘러싼 사정이 이러한데 농업인의 날이라고 어찌 흥이 나겠는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8일 전체회의를 열고 2020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안을 의결했는데, 농식품부가 제출한 예산안(15조2990억원)에서 2조5575억원(17%)을 순증해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예년의 경우 농해수위가 농업예산을 증액해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감액하는 상황이 되풀이돼 결과를 낙관하기엔 이르다. 국회 예결위는 갈수록 피폐해지는 농업·농촌의 현실을 직시해 농해수위가 올린 예산안을 최대한 수용하기 바란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당시 농업계에 했던 약속을 임기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상기하기 바란다. 농업인의 날이 우울함을 벗고 잔칫날이 되게 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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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업인의 날, 우울함 벗고 즐거운 잔칫날 되려면
예결위, 내년 예산안 증액 수용을 정부도 공약 이행해 농심 살펴야 농업인의 날이 또 그저 그렇게 지나갔다. 벌써 스물네번째 맞은 농업인의 날이다. 열손가락으로 두번 세고도 남는 농업인의 날을 보냈지만, 과연 농업·농촌이 밝고 희망적으로 변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으로 농산물 시장개방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한 농민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1996년 5월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공식 제정했다. 이처럼 농업인의 날은 농민들에겐 잔칫날이나 다름없는데, 그동안 한번이라도 흥에 겨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올해도 11일 세종시에 있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농업인의 날 행사가 열렸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4개 농민단체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청와대 앞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농업정책을 규탄했다. 올해 농업인의 날이 예년보다 더욱 우울한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는 10월25일 WTO 체제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국익을 우선한다는 명분으로 농업을 또다시 희생양으로 삼았다는게 농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일 태국 방콕에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알셉·RCEP) 협정문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농산물의 양허(개방) 수준이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을 뛰어넘을 경우 농업분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악재다. 정부예산 가운데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축소돼 내년엔 2.98%에 불과하다. 농업·농촌을 둘러싼 사정이 이러한데 농업인의 날이라고 어찌 흥이 나겠는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8일 전체회의를 열고 2020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안을 의결했는데, 농식품부가 제출한 예산안(15조2990억원)에서 2조5575억원(17%)을 순증해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예년의 경우 농해수위가 농업예산을 증액해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감액하는 상황이 되풀이돼 결과를 낙관하기엔 이르다. 국회 예결위는 갈수록 피폐해지는 농업·농촌의 현실을 직시해 농해수위가 올린 예산안을 최대한 수용하기 바란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당시 농업계에 했던 약속을 임기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상기하기 바란다. 농업인의 날이 우울함을 벗고 잔칫날이 되게 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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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SF 피해농가에 실효성 있는 경영안정지원책을
정부가 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피해농가에 ‘긴급 경영안정자금’ 53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는 발표에 해당 농가들은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 어려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내용은 ASF의 예방적 살처분과 수매·도태에 참여한 인천·경기·강원지역 농가에 한해 가축 입식비, 사료비, 시설 수리·유지비 등의 용도로 쓸 수 있는 경영안정자금을 1.8%(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또는 3년 거치 일시상환) 금리로 한농가당 최대 5억원까지 융자해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농식품부의 이번 지원책은 국내에선 처음 발생한 ASF로 인해 피해가 커지면서 양돈업계가 합리적인 살처분 보상기준 마련과 입식지연 등에 따른 손실보전대책을 줄곧 요구해온 데 따른 응답으로 보인다. 특히 10월25일 살처분 보상금 기준을 ‘살처분 당일 시세’에서 ‘최초 발생일 전월 평균 시세’로 바꾸고, ASF가 발생한 날(9월17일)부터 소급적용하는 고시 개정안에 이어 나온 정부대책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지원책에 반응이 싸늘한 이유는 농가실정을 무시한 탁상공론식 대책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농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대한한돈협회가 경기 파주·김포·연천, 인천 강화의 ASF 발생농장과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농장 179곳을 최근 전수조사한 결과 해당 농장들의 전체 융자금 규모는 1967억원(한농가당 평균 10억9900만원)에 이른다. 한농가가 빌려 쓴 정책자금이 평균 1억9200만원이며, 부족분은 일반 은행·캐피털 등에서 9억700만원씩 대출받은 상황이다. 농가가 이번 지원자금을 융자받으려면 별도의 담보 여력이 있거나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보증한도가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설투자 등으로 대출을 받다보니 이미 담보여력이 부족한 상태로, 사실상 추가로 자금을 빌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결국 정부 지원책이 실효성 있으려면 담보여력이 부족한 농가에 혜택이 돌아갈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또 이제는 살처분 후 실질적 소득이 발생하기까지 정상 입식이 지연되는 공백기간의 소득보전책과 폐업에 따른 보상책 마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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