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토양개량 현장체험의 교훈과 아쉬움
“농사의 성패는 건강한 흙에 달려 있습니다. 농민이 흙 가꾸기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본지의 기획코너인 ‘현장 속으로, 기자체험 25시’ 취재를 위해 8월말 초보농군으로 나선 기자에게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농장주가 들려준 말이다. 그는 “생명을 가진 작물을 키우는 농사에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게 없지만, 그중에서도 흙 가꾸기는 모종 기르기와 함께 가장 중요시하면서 역점을 두는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딸기 토경재배를 고집하는 그는 5월말 딸기 수확을 끝낸 뒤 3개월 동안 뜨거운 비닐하우스 안에서 토양개량을 위해 악전고투했다. 비닐하우스 내부로 물을 대고 염분을 빼내는 작업을 거듭하며 토양 속에 서식하는 선충 등 각종 병충해 방제에도 최선을 다해왔다. 한여름엔 70℃에 육박하는, 숨이 턱턱 막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의 농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자부하는 ‘최고 딸기’는 바로 건강한 흙이 원천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비닐하우스 내부의 흙에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토양개량제인 ‘바이오차’를 섞고 두둑을 세우는 체험을 하면서 건강한 흙을 만들기 위해 농장주가 흘린 땀방울의 교훈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시설재배농가들이 흘린 땀방울 덕분에 우리 국민은 한겨울에도 맛난 딸기를 비롯해 신선농산물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으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시설재배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통계로 드러난 수치엔 큰 아쉬움이 남는다.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은 5만1997㏊다. 게다가 과수 등 다양한 형태의 비가림시설까지 포함하면 시설재배지 면적은 9만3500㏊까지 늘어난다. 문제는 이런 시설재배지의 염류집적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은 전국의 시설재배지 가운데 55% 정도에서 염류집적이 심각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1차적인 원인은 고농도의 양분을 투입하는 시설재배농법에 있다. 그렇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과 흙의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지원에는 인색했던 것이다. 시설재배지의 토양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3년에 한번씩 공급하는 석회질비료나 규산질비료가 전부다. 이 정도로 시설재배지의 토양을 건강하게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다. 다행히 농협이 ‘시설재배지 토양개량제 공급사업’을 확정하고 올해 처음 농가들의 신청을 받아 지원을 시작했다. 이 사업이 성과를 내도록 하려면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본격 나서야 한다. “토양개량제 공급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지요.” 현장체험을 다녀온 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농장주의 절실한 바람이 귓가에 맴도는 이유다. 김기홍 (농민신문 산업부 차장) sigmaxp@nongmin.com
김기홍 이미지 김기홍농민신문 산업부 차장
더보기

기고

[농민포럼] 농산물 유통과 블록체인기술
생산이력 추적으로 신뢰 구축 출혈경쟁 대신 안전성 승부를 2016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화두로 제시된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변화는 전세계 산업에 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 포럼에선 2025년까지 블록체인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사업들이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블록체인은 거래정보를 특정 중앙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네트워크 내 모든 컴퓨터에 분산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기술이 안전한 이유는 거래정보를 위·변조하기 위해선 블록을 분산해서 보관하는 모든 참여자의 거래장부(원장)를 한꺼번에 바꿔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한두명의 거래장부는 기록을 바꾸거나 해킹할 수 있겠지만, 동일한 거래장부가 수십만명에게 저장돼 있다면 동시에 위·변조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4차산업혁명의 산물인 블록체인기술은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 불리기도 한다. 블록체인기술은 농산물 유통의 안정성을 월등하게 높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어 농산업분야에 일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선진국에선 블록체인기술을 농산물 유통에 활발하게 접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슈퍼마켓 체인인 알버트 하인이 그 예다. 알버트 하인은 음료회사인 레프레스코사와 협력해 오렌지가 브라질에서 네덜란드로 오기까지의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기술과 접목한 큐알(QR)코드에 담았다. 이를 통해 알버트 하인의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해당 제품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오렌지의 수확 시기와 당도, 제조공정·유통 이력 등을 5초 이내에 확인할 수 있다. 유럽의 유통업체인 까르푸는 방사해 사육한 닭의 생산이력을 추적하는 데 이미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달걀·치즈·우유·연어 등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으로 도입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노랩이 유기농산물 품질검증시스템에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노랩은 블록체인기술 덕분에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어 매출증대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중국 월마트도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해 중국산 돼지고기와 미국산 망고 제품의 제조·유통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에는 제품이력과 유통정보를 확인하기까지 수주일이나 필요했던 시간을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해 20초 내로 단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블록체인기술 및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축산물 이력관리시스템을 전북지역에 시범구축해 올해 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이버거래소에 블록체인기술을 접목, 공공급식지원센터 플랫폼 운영을 통해 물류·유통·안전관리가 확보된 ‘식재료 안전 공급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자와 식품제조업체는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기술로 농산물 유통의 안정성을 확보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신뢰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다. 농민들이 농산물을 수출할 때 제품의 가격만으로 승부를 보려 하면 출혈경쟁으로 인해 적정이윤을 담보 받을 수 없다. 반면 블록체인기술이 적용된 농산물을 수출하면 수입자는 해당 제품의 품질을 신뢰하게 되고, 수출단계에서 발생한 문제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바이어 역시 해당 국가에서 농산물 신뢰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농산물을 구매할 때 가격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최근엔 안전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제 우리 정부도 블록체인기술을 농산물에 접목하는 연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친환경농산물인증과 유사한 형태의 블록체인 공인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천동암 (aT농식품유통교육원 교수)
천동암 이미지 천동암aT농식품유통교육원 교수
더보기

생각의 숲

[생각의 숲] 험담보다는 덕담
가끔 만나 밥 먹고 수다를 떠는 모임이 있다. 아무 이해관계도, 목적도 없이 만나 정치 이야기부터 건강보조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눈다. 이 모임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유명 인사가 화제에 오르면 생선회를 뜨듯, 옥수수 알을 털듯 각자가 보고 들은 정보에 저마다의 평가까지 더해 거의 국정감사장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며칠 전에도 그 모임에 참석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다음 유쾌하면서도 약간은 살벌한(?) 대화가 이어졌다. “그 사람 아주 엉터리예요. 어떻게 그리도 과대평가됐는지 몰라. 이제야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난 거죠.” “맞아. 능력보다는 줄을 잘 타서 성공한 케이스지. 내 친구가 직접 만나 대화를 해보니 콘텐츠가 참 없더래요.” 예전에 나는 이런 대화를 아주 즐기거나 심지어 주도하기까지 했었다. 내가 아는 정보는 매우 적은데도 굉장한 내용을 아는 것처럼 떠들었다. 그런데 지난 모임에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특정한 사람을 유난히 비판적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이상하게 거부감이 느껴졌다. 심지어 자주 만나기조차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저 사람은 타인에게 저토록 확신을 하고 나쁜 평가를 내릴까. 그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본 것도 아닌데…. 혹시 내가 이 자리에 없었으면 내 흉을 보거나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뒷담화를 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느낀 불편함과 거부감은 그 사람이 아니라 내 과거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투덜거리거나 징징거리는 사람,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거나 남의 험담을 많이 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쁜 기운이 내게로 전해져 피곤해진다. “아, 비가 오네. 일기예보에서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올 거라고 하더니”라고 하면 “그러게, 저녁에 내리는 비가 운치 있다”라고 답해주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과는 같이 따뜻한 차라도 마시고 싶다. 반면 “맨날 틀리던 일기예보가 오늘은 맞네. 어제 세차했는데 짜증 나”라고 누군가 말하면 운치 있던 비도 갑자기 반갑지 않게 느껴진다. 전에는 무조건 비판이나 지적을 하는 것이 이지적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여전히 불의에 대해 비판과 비평을 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사항이나 사람에 대해 비평가나 판사의 역할을 할 자격이 내게 있을까’란 자기점검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의 시간을 남을 헐뜯거나 비방하는 데 소모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의 장점과 본받을 점을 이야기하며 아름다운 순간들로 채우고 싶다. 남을 흉볼 때는 입꼬리가 내려가지만 남을 칭찬하거나 좋은 말을 할 때는 입꼬리가 올라간다. 표정이 달라진다. 고급 화장품이나 성형수술이 아니라 타인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덕담을 하면서 좋은 인상을 만들 때다. 이런 습관을 들이면 더 훌륭하고 멋진 사람은 될 수 없어도, 적어도 더 나쁘고 심술궂은 사람으로 늙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유인경 (방송인)
유인경 이미지 유인경방송인
더보기

사설

[사설] GMO 완전표시제는 소비자의 당연한 알 권리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완전표시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GMO 표시제도 개선 사회적협의회(이하 협의회)’가 17일부터 활동을 중단했다. 그 이유가 시민·소비자 단체와 함께 협의회의 한 축인 식품산업계에서 9차례 회의 내내 ‘도입 불가’만 되풀이해서라고 한다. 그동안 식품산업계는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되면 원재료 조달이 어렵고 물가상승 등이 우려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가 수시로 접하는 빵·과자·두부·식용유·된장·간장 등은 대부분 수입 유전자변형(GM) 옥수수와 콩이 원료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식용 GMO를 약 200만t이나 수입한다. 소비자가 자신이 먹는 식품에 GMO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알고 싶다는데 식품산업계가 무슨 배짱으로 이를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르면 현재도 GMO를 사용하는 식품은 이를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GMO 표시 여부를 원료가 아니라 ‘최종제품’을 기준으로 해 문제다. 이는 원료로 GMO를 써도 가공 후 유전자변형 단백질이나 유전물질(DNA)이 없어지면 표시의무가 없어 표시제를 빠져나가는 ‘구멍’이 되고 있다. 가공과정에서 단백질과 DNA가 대부분 파괴돼 최종제품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산업계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 당장 완전 시행이 어렵다면 가능한 품목부터라도 우선 추진하는 게 소비자에 대한 도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책임한 행태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청와대는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식약처 등 관계부처도 협의회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갈등을 조정하고 논의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해야 할 식약처는 협의회에서 쏙 빠졌다. 식약처가 그동안 국민의 식탁안전과 소비자 알 권리 보장을 강조하면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난각(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의무 표기’ 등을 밀어붙였던 점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이제라도 식품산업계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식약처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길 촉구한다.
사설 이미지
더보기

사내칼럼

사외칼럼

시론

전문가의눈

생각의 숲

독립문에서

인문학의 뜰

경제산책

기명칼럼

기고

특별기고

금융칼럼

연재칼럼

사설

[사설]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첫 발생…기로에 선 양돈산업
백신·치료제 없어 확산 시 ‘재앙’ 소독강화·출입통제 등 방역 총력 결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망이 뚫리고 말았다. 앞으로 더 확산할지, 아니면 현 수준에서 멈추게 될지는 농가와 양돈관계자뿐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달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경기 파주의 한 양돈장에서 국내 첫 ASF 발생을 공식 확인한 데 이어 18일엔 전날 신고된 경기 연천 소재 양돈장의 의심돼지가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파주와 연천에 있는 두농장간 차량거리는 50㎞로, 북한과 이어진 하천 인근에 위치한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직접적인 역학관계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전파경로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ASF는 전파속도가 빠르고, 감염되면 100% 폐사하는 제1종 법정전염병이다. 예방백신과 치료제도 없어 어떤 가축질병보다 위험하다. 국내 양돈산업의 운명이 중대 갈림길에 선 형국이다. ASF는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남아프리카지역으로 퍼져 풍토병이 됐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발생, 9개월여 만에 중국 전역으로 번졌다. 또 몽골·베트남·캄보디아 등 인접국으로 계속 확산 중이다. 중국발 ASF 확산세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며 방역을 강화해오던 중에 국내에서 ASF가 발생했다는 점은 뼈아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북한이 5월31일 ASF 발생사실을 공식화한 직후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찾아 국경검역 강화를 주문하는 등 6월 한달에만 5차례나 현장을 찾았다. 특히 인천 강화, 경기 파주, 강원 철원 등 북한 접경지를 방문해 야생멧돼지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대처와 방역을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ASF 예방책으로 축산물과 축산가공품에 대한 검역 강화, 야생멧돼지의 개체수 감축, 돼지에 잔반 급여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학계·양돈업계와 정부부처간 엇박자도 있었다.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환경부가 이번에 잔반 급여를 전면 금지한 조치는 환영할 일이다. ASF 발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잘잘못 가리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이제 초동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검역당국은 감염경로를 밝히는 데 속도를 내고, 농가는 소독과 출입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ASF 위기경보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예방적 살처분 범위도 긴급행동지침(SOP) 매뉴얼에 나온 발생농장으로부터 ‘500m내 돼지’에서 ‘3㎞ 내 돼지’로 강화됐다. 지방자치단체와 농가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보기
[사설] GMO 완전표시제는 소비자의 당연한 알 권리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완전표시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GMO 표시제도 개선 사회적협의회(이하 협의회)’가 17일부터 활동을 중단했다. 그 이유가 시민·소비자 단체와 함께 협의회의 한 축인 식품산업계에서 9차례 회의 내내 ‘도입 불가’만 되풀이해서라고 한다. 그동안 식품산업계는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되면 원재료 조달이 어렵고 물가상승 등이 우려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가 수시로 접하는 빵·과자·두부·식용유·된장·간장 등은 대부분 수입 유전자변형(GM) 옥수수와 콩이 원료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식용 GMO를 약 200만t이나 수입한다. 소비자가 자신이 먹는 식품에 GMO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알고 싶다는데 식품산업계가 무슨 배짱으로 이를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르면 현재도 GMO를 사용하는 식품은 이를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GMO 표시 여부를 원료가 아니라 ‘최종제품’을 기준으로 해 문제다. 이는 원료로 GMO를 써도 가공 후 유전자변형 단백질이나 유전물질(DNA)이 없어지면 표시의무가 없어 표시제를 빠져나가는 ‘구멍’이 되고 있다. 가공과정에서 단백질과 DNA가 대부분 파괴돼 최종제품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산업계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 당장 완전 시행이 어렵다면 가능한 품목부터라도 우선 추진하는 게 소비자에 대한 도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책임한 행태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청와대는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식약처 등 관계부처도 협의회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갈등을 조정하고 논의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해야 할 식약처는 협의회에서 쏙 빠졌다. 식약처가 그동안 국민의 식탁안전과 소비자 알 권리 보장을 강조하면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난각(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의무 표기’ 등을 밀어붙였던 점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이제라도 식품산업계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식약처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길 촉구한다.
더보기

독자추천광고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