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농정과제] ‘선택형 직불제’ 확충 공감대 형성

입력 : 2022-05-13 00:00 수정 : 2022-05-15 05:35

[윤석열정부 농정과제는] ① 직불금 확대 

임기내 ‘직불제 5조 시대’ 공언 전담조직 키워 전문성 제고를

농촌 공익기능 증진 취지 고려 기본형 편중된 예산구조 손질

농업예산 순증 통해 재원 확보 다른 분야에 쓸돈 줄여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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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에 새로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1호 안건에 서명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대기 비서실장, 강인선 대변인, 최상목 경제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연합뉴스

“초반에 바짝 고삐를 당기지 않으면 성과 내기 어렵다.”

새 정부 막이 오르면서 농업계 기대감도 한껏 고조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구호로 농심을 공략했다. 최근엔 ‘국민께 드리는 20개 약속’을 통해 ‘살고 싶은 농산어촌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임기 5년은 짧다면 짧은 시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초반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한다. 윤석열정부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농정과제를 5회에 걸쳐 짚어본다.



새 정부에선 농업직불제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직불금 확충이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비중 있게 담겼기 때문이다. 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5조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중소농을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게 뼈대다. 세부 추진 방향도 적시했다. 기본형 공익직불제 사각지대를 해소해 실경작자를 구제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식량안보 강화, 탄소중립 실현, 고령농 은퇴 유도, 청년농 육성 등을 위한 선택직불제를 확충하는 것도 들어 있다. 전략작물직불제·탄소중립직불제 등을 예로 들었다.

‘직불제를 키우겠다는 뜻은 알겠는데 어떤 방향으로, 그리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추진하겠다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농민 입장에서도 ‘내 지급단가가 올라간다는 것인가?’ ‘2년간 억울하게 받지 못했는데 이제 당장 받게 되는 것인가?’ 등의 궁금증이 나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모든 것은 올해 정부와 농업계가 얼마나 고민하고 합심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실 정부는 2020년 직불제를 개편한 이후 확대 방향에 대해 꾸준히 논의해왔다. 전문가와 농민·소비자 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한 ‘직불제 포럼’을 가동해 의견을 수렴했다. 5차례에 걸친 포럼 결과 농업·농촌의 당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현행 선택직불제 범위·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 청년농 육성 직불제, 전략작물 지원을 위한 식량안보 직불제, 환경을 개선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저탄소농업직불 등을 우선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현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연구와 현장 지원조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직불제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등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대통령 임기 안에 직불제 예산 5조원 시대를 열기 위해선 먼저 늘어날 예산을 어디다 어떻게 쓸지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설계하고, 관련 전담조직을 농림축산식품부 내 최대한 국(局) 단위로 확대해 사업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기본직불제 사각지대 해소 추진에 상당한 수준의 예산이 필요하다. 현행 농업·농촌공익직불법에 따르면 2017∼2019년 쌀·밭·조건불리 직불금을 받은 적이 없는 농지에 대해선 직불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현재 농식품부는 이 규정으로 직불금을 지급받지 못한 농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을 반영하고 법 개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내년부터 지급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 한쪽에선 해당 농지가 45만㏊ 규모인 만큼 최대 6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그보다는 적은 30만㏊ 이내, 3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익직불제 시행 3년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공익직불제가 현장에 비교적 잘 정착했지만 소농직불금은 고령농·임차농이 많은 현실에서 경지 규모화를 저해하고 농민간 갈등을 키우는 부작용이 없지 않다”면서 “기본직불제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농직불금은 기본직불제의 한 종류로, 경지규모가 0.5㏊ 이하인 농가가 해당 요건을 갖추면 면적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농가당 120만원을 주는 제도다. 영세 중소농 소득 보전엔 어느 정도 도움이 됐지만 고령농 은퇴를 촉진하고 농지를 규모화해야 하는 정책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기본직불제에 지나치게 편중된 예산 구조도 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조3610억원이라는 전체 공익직불제 예산 가운데 기본형 직불제 예산은 2조2805억원으로 97%에 달한다.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이라는 공익직불제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현재 기본형에 집중된 직불제는 선택직불제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태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본직불제가 농업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준수하는 것이라면, 선택직불제는 농민들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우리 농업·농촌이 공유하는 환경·생태·경관·전통·문화 등의 자원을 보전·개발하게 하고 그 공익적 가치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업·농촌이 공유하는 자원을 이용해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선택형 직불제 확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직불 예산 편성에 필요한 재원은 농업 예산 순증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높다. 농업 예산 가운데 다른 곳에 쓸 것을 줄이면서 직불제 예산을 키워서는 안되는 것이다.

김기환 농식품부 공익직불정책과장은 “직불 개편 세부방안 구체화를 위해 농업계·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올해 안에 ‘농업직불제 확대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선택직불제가 새로 도입된다면 관련 시범사업 등에 농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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