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까지 100분이던 이동시간 14분으로…“신이 내린 선물”

입력 : 2021-11-26 00:00 수정 : 2021-11-28 00:07

농촌주민 이동권 찾아드립니다 (상) 농촌형 교통모델 사업

대중교통 여건 취약 지자체 공공형 버스·택시 운영 ‘호평’

2017년 정부 국정과제 선정 지역사회·전문가 등 협업체계

2014년 12곳 → 올 82곳 시행

 

“신이 내린 선물(It’s a Godsend).”

올 9월11일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우리나라 관련 기사를 냈다. 충남 서천군의 ‘100원 택시’를 소개하면서 ‘농촌 대중교통 혁명’이라고 극찬한 것이다. 기사는 ‘몇백원만 내면 되는’ 택시를 타고 이동 중인 전송자(78)·홍석순(77)·나정순(85) 할머니의 웃는 모습도 사진으로 실었다.

서천군 100원 택시의 정식 이름은 ‘희망택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콜택시를 부르면 100원만 내고 읍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00원을 뺀 나머지 요금은 정부와 군(국비 50%, 지방비 50%)에서 부담한다.

놀라운 건 서천군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 80곳이 넘는 지자체가 ‘행복마을버스’ ‘브라보 행복택시’ 등 이름은 다르지만 내용은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농촌형 교통모델사업’이다.



◆왜 나왔나=농촌형 교통모델사업은 대중교통 여건이 취약한 농촌지역 주민에게 공공형 버스·택시를 제공해 실질적인 이동권을 보장하도록 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대표 교통복지정책이다.

인구 과소화 시대 ‘농촌주민의 발’로 거듭났다는 호평을 받는 이 사업 이면엔 농촌의 낙후한 교통 인프라가 자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시내버스가 하루 3회 이하로만 다니는 행정리는 모두 6739곳으로 전국(3만6792곳)의 18.3%에 이른다. 이 중 2349곳은 단 한대도 운행되지 않는다. 6739곳 모두 읍·면에 있다. 교통 인프라 부족은 농촌주민의 의료·문화·복지 등 공공·생활 서비스 접근 자체를 막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이에 주목한 ‘농어업인 삶의 질 위원회’는 2013년 농어촌 특화 교통수단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고 관련 사업모델을 개발했다. 2014∼2017년 전국 30곳 시·군에서 택시운임을 보조하는 방식의 시범사업이 추진됐다. 국민 복지 향상에 관심이 많은 문재인정부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2017년 7월 농촌형 교통모델사업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 조성’이라는 큰 과제 아래 이 사업을 포함한 것이다.



◆추진 방식은=정부와 공공기관·지자체·전문가·지역사회가 협업한다는 점도 사업의 장점 중 하나다. 농식품부가 사업 시행 계획·지침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면 한국농어촌공사가 설명회·워크숍·컨설팅 등을 통해 사업 활성화를 뒷받침한다. 올 예산은 205억원 규모다.

지자체는 공공형 버스·택시를 운영하면서 사업을 실질적으로 시행한다. 교통 전문가는 신규 노선을 발굴하고 운영이 부진한 지자체에 컨설팅한다. 교통서비스 제공자나 마을공동체 관계자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도 의견을 개진하며 사업 추진에 동참한다.

이같은 협업이 낳은 사례가 정산시스템 도입이다. 전남 신안군 ‘1004택시’는 2019년까지만 해도 종이 쿠폰으로 요금 결제가 이뤄졌다. 주민이 매월 지급받는 바우처를 택시기사에게 내면 택시기사는 이를 모아 보조금을 청구하는 방식이었다. 분실 우려가 있고 보조금이 실수로 이중 청구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농식품부ㆍ농어촌공사가 2020년 정산시스템 전면 도입을 지자체에 권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민들은 ‘1004 전용 카드’로 요금을 내고 택시기사는 카드 결제 2∼3일 후 자동 입금받는 형태로 개선됐다.



◆성과는=올해 농촌형 교통모델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모두 82곳이다. 2014년 12곳으로 출발한 것을 떠올리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운행 차량 대수도 2014년 26대(버스 6대, 택시 20대)에서 올해 4981대(버스 298대, 택시 4683대)로, 이용자수도 4만명에서 510만명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농촌주민이 절감한 교통비는 올해 245억92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주민들이 가장 반기는 건 읍내 오일장·병원·목욕탕 등에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촌주민이 자신의 집에서 읍·면 중심지까지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17년 100.9분이었던 데 반해 2020년엔 공공형 버스 기준 14.4분으로 단축됐다. 농촌형 교통모델을 통한 삶의 질 향상 정도도 공공형 버스 이용 전엔 64.3점이었지만 이용 후엔 87.3점으로, 공공형 택시의 경우 49.7점에서 91.7점으로 높아졌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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