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취약지’ 상당수가 농촌지역

입력 : 2021-10-13 00:00

정부 사업 무용지물…공공의료 확충 등 특단 대책 필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자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하지만 상당수 농촌지역 임신부들은 주인공이 돼야 할 이날 웃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열악한 분만 인프라 탓에 도시 임신부보다 더 많은 시간적·체력적·경제적 부담을 짊어지고 있어서다.

2016년 정부는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당시 전국 37곳이던 분만취약지를 없애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염불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60분 내 이동 가능한 분만 의료기관 이용률이 30% 미만이면서, 60분 내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A등급 분만취약지’만 30곳에 달한다. 두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는 ‘B등급 분만취약지’까지 합하면 54곳에 이른다. 충남 보령, 전북 남원, 경북 문경을 제외하면 모두 농촌 군(郡) 지역이다.

정부가 2008년부터 분만취약지에 산부인과가 설치·운영될 수 있도록 시설·장비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저출산문제가 심화하고 의사들의 산부인과 기피현상까지 겹치면서 지원해준다고 해도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없는 탓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저출산문제에 대응하고자 해당 사업 예산을 지난해 73억원에서 올해 117억원으로 대폭 증액했지만, 올해 목표 지원 개소수였던 12곳을 채우지 못하고 8곳만 지원하게 됐다”면서 “지자체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내년에는 예산을 줄여 2∼3곳만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만 인프라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유일한 인프라 지원사업이 축소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농촌지역에선 ‘인구감소→출산율 저하→분만 산부인과 폐원→분만 환경 악화로 인한 젊은 인구 유입 감소→출산율 저하’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금천)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실은 없는 전국 61개 지역 중 19곳의 최근 5년간 출생아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충북 음성·증평, 충남 계룡, 전북 완주, 경북 고령, 경남 함안의 출생아수는 5년 전과 견줘 50% 이상 감소했다.

이에 정부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분만 환경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영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분만취약지에 대한 단순 예산 지원만으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특히 농어촌에선 의료기관 수익이 보장되기 어려워 민간의료기관이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공공의료서비스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해 취약지역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