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농심 외면…추석 농축산물 선물가액 상향 무산

입력 : 2021-09-08 00:00

권익위 전원위 논의조차 안해 농업계 “독선적 태도” 분노

향후 명절 선물가액 완화 제도화 필요성 목소리 커져

 

추석 명절기간만이라도 농축산물 선물가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려던 농업계 열망이 무산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6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올리지 않았다. 명절 특수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누리려면 추석을 2주 앞둔 7일 국무회의에선 시행령이 개정돼야 했지만, 사전 필수절차인 전원위 안건 상정조차 불발된 것이다.

농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농축산물 선물가액 설정 자체가 과잉 규제인 마당에 명절 때만이라도 선물가액을 높여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외면당한 탓이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힘없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받아주지 않은 정부의 처사에 분노를 느낀다”며 “우리나라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의 선물가액을 규제하겠다면, 정부가 수입 농축산물 소비를 장려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6일 성명을 내고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농업계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했다”며 “더욱 아쉬운 것은 민생경제가 파탄 나고 있음에도 청렴사회 구현이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권익위의 독선적 태도”라고 꼬집었다.

선물가액 인상문제를 두고 권익위는 청렴사회 조성을 겨냥한 청탁금지법에 반복적인 예외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보여왔다. 하지만 농업계는 명절에 농축산물로 마음의 정을 나누는 미풍양속을 부패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도 비판을 받는다. 권익위가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는 선물가액 제한을 완화했지만 이번엔 “그때는 됐어도 지금은 안된다”는 입장을 보여서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최근 농업계 인사와 나눈 대화에서 “너무 걱정 말고 기다리시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선물가액 상향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명절 때마다 권익위 의사봉만 쳐다볼 게 아니라 법과 제도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의 관련 질의를 받고 “언제까지 (농축산물 선물가액 상향) 특례를 줄 수는 없다”면서 “계속 예외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국회에서) 법을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엔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과 송재호 의원(제주갑)이 각각 대표 발의한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야당에선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연천)과 최형두 의원(경남 창원마산합포)이 올 1월 일찌감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학구 한농연 회장은 “더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회와 협력해 ‘명절기간 선물가액 상향 정례화’를 골자로 한 청탁금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소영·홍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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