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인식 떨어지는 ‘군급식 개편 방향’…식자재 수급 불안 부추겨

입력 : 2021-07-23 00:00

국방부 제시안의 문제점

식재료 안정적 공급 가능한 수의계약 장점 철저히 무시

흰우유·쌀떡 등 비선호 낙인 건강한 식단 제공 책임 회피

국산 농축산물 타격 우려도

 

‘급식도 전투력이다.’ 국방부가 내건 군급식 정책 목표다. 하지만 5월 군인 밥상 부실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방부가 최근 잇달아 내놓은 군급식 체계 개편방안은 이 같은 정책 목표와는 되레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방부 군급식 개편 방향=국방부가 네차례에 걸쳐 내놓은 관련 보도자료와 내부자료(2022년 급식방침 방향)를 보면 군당국의 다급함이 엿보인다. 개편방안의 뼈대는 식재료 조달체계를 현행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수의계약 방식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해 ‘선(先) 식단 편성 후(後) 식재료 조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전방부대는 사단급 단위로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을 적용하고 후방부대는 올 후반기부터 민간위탁 시범사업을 확대 실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간조리원을 확충하고 영양사를 여단급까지 확대 배치하는 등 조리병 여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국방부의 행보엔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군 성추행 사건 등이 겹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6월7일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민관군합동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6월28일 서욱 장관과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 소속 4개 분과 중 하나가 군급식 분과다.


◆농업에 대한 몰이해=문제는 군급식 주무부처인 국방부의 현실 인식이다. 국방부는 ‘국내 1000여곳의 농·축·수협 중 군납 농·축·수협은 전체의 9%인 90여곳에 불과하고, 1년 단위 수의계약을 통해 납품 조합의 변경 없이 납품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현행 군급식 체계의 첫번째 문제로 꼽았다. 전시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군 특성상 식자재의 안정적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수급 불안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수의계약의 장점은 철저히 무시됐다.

국산 농축산물은 물론이고 쌀·흰우유 등의 소비 당위성에 대한 몰이해도 심각하다. 국방부는 “전량 국내산으로 납품됨으로써 육류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품목은 상대적으로 충분하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장병들의 선호도가 낮은 흰우유가 연간 393회 제공되고 있다”고 했다. 또 쌀케이크·햄버거빵·쌀국수·떡 등 장병들이 선호하지 않는 쌀가루 함유 품목들이 다수 제공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장병에게 건강한 식생활을 강조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학교나 가정에서 먹었던 익숙한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산 농축산물에 ‘바꿔야 할 음식’이란 딱지를 붙인 것이다.

국방부의 현실 진단이 일부 일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병들이 이른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에 출생한 세대)인 데다 고도화한 학교급식을 경험한 세대인 만큼 돼지·닭 등 마리째 공급되는 축산물에 대한 조리 거부감, 완제품 김치에 대한 수요 증대 등 시대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탐대실 막고 식량안보 지켜야=하지만 소(小)를 탐하다가 대(大)를 잃을 수 있다는 게 농업계의 주장이다. 경쟁입찰 조달은 저가경쟁으로 이어져 저품질·수입 식재료가 다량 공급되는 길이 트이고, 결과적으로 국산 농축산물 소비기반이 무너질 수 있어서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2021년 전체 군급식 조달규모는 1조6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농축산물은 6000억원(37%)에 이른다. 민간 유통시장 공급 증가에 따른 값 하락과 그에 따른 농촌경제 악화라는 2차 피해도 나타날 수 있다.

법적·정책적 엇박자 우려도 있다. 접경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을 군부대에 우선 납품하도록 명시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 저촉되고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로컬푸드 농산물을 육성하는 등의 기존 농업정책과도 배치된다.

여론이 들끓는다고 기존 제도를 섣부르게 바꿀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현실 진단으로 강군 육성과 식량안보 확립을 동시에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개편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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