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관심 속 농촌 곳곳 산업폐기물 매립장…환경·농업 악영향”

입력 : 202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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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 변호사

민간업체는 ‘이윤 챙기기’ 급급

매립 최소화·공적관리 등 필요

 

하승수 변호사는 올 2월 공익법률센터 ‘농본’을 설립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농촌으로 밀려드는 폐기물 매립장, 송전탑, 태양광발전시설 등에 맞서는 주민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농본은 문을 연 지 겨우 5개월차에 접어들었지만, 많은 지역의 농촌주민들이 하 변호사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그에게 법률 문제를 자문하는 지역만 13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시설은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다. 8일 전북 김제시 백산면행정복지센터에서 하 변호사를 만나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들어봤다.

하 변호사는 정부가 산업폐기물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농촌지역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폐기물 가운데 생활계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1.7%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88.3%는 전부 산업폐기물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시설은 생활폐기물 매립장이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대부분 민간업체가 운영하고, 일부 폐기물은 발생시킨 사업장에서 자체 처리한다.

하 변호사는 “정부는 생활폐기물 발생을 줄이라고만 홍보할 뿐 발생량이 훨씬 많은 산업폐기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며 “그러는 사이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모펀드와 건설업체들이 농촌지역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산업폐기물 매립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민간업체에선 폐기물 매립장이 지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업체들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다보니 폐기물 매립장이 지역의 환경과 농업에 끼칠 영향 같은 것은 전혀 따지지 않는다”며 “매립 기간이 끝난 후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게 그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충남 당진에 설치된 고대·부곡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업체가 관리 부담을 당진시에 떠넘겼다. 이에 따라 당진시는 2012년부터 사후관리를 맡았는데, 여기에 든 예산만 9년간 50억원에 달했다.

하 변호사는 폐기물 매립장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방식도 너무 안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제의 지평선산업단지 내 폐기물 매립장 논란만 해도 업체가 폐기물 매립용량을 애초 계획보다 10배 이상 늘리는 등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인 하자가 있었고, 전북도가 이를 잘 살펴 거부 사유를 작성했다면 (업체가 청구한) 행정심판에서 (전북도가) 패소하지는 않았을 것(본지 6월11일자 1면 보도 참조)”이라며 “업체들이 수십억, 수백억원의 이익을 기대하고 대형 법률사무소를 선임해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만큼 지자체도 치밀하고 꼼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산업폐기물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만 농촌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권역별로 산업폐기물 공공처리장을 설치하거나 매립을 최소화하고, 산업폐기물 발생량을 줄일 방안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대도시·공장·산업단지에 있는데 피해는 애먼 농촌주민들이 보고 있다”며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절반 이상이 공공매립장인 일본 사례를 참고해 우리도 산업폐기물의 공적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제=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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