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농산물 ‘생산연도 표시’ 웬말

입력 : 2021-06-09 00:00 수정 : 2021-06-09 11:51

식약처, 관련고시 지난해 개정

해 넘겨 수확하는 감귤류 등 ‘오래된 농산물’ 오명 우려 커

농식품부 안이한 대처도 문제

 

내년 1월부터 일부 직거래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모든 신선농산물 비닐 포장품에 생산연도 또는 생산연월일을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관련 규정이 개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산지와 유통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 고시를 지난해 5월12일 개정했다. 농·임·축·수산물 가운데 내용물을 시각·후각 등 관능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비닐랩 등으로 투명하게 포장한 것은 제조연월일(포장일 또는 생산연도) 한글표시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없애버린 것이다. 직거래 농산물에 대해선 예외를 뒀다.

기존엔 농산물이 투명하게 포장돼 있으면 생산연도나 생산연월일을 표시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내년부턴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접 거래하는 것을 빼고는 상추·감귤·마늘 등도 전부 수확한 연도나 연월일을 일일이 포장품에 표시해야 한다.

개정 고시 내용은 최근에서야 대형 유통업계 등지로부터 작업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농업계에 알려졌다. 식약처는 매장 판매 등 최종 소비 단계에서만 적용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대포장품 형태로 출하한 것을 도·소매 유통 과정에서 소분·재포장해 판매하는 것이 상당한 현실에서 채취·수확·어획·도축 연도 또는 연월일을 쓰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감귤류·겨울무처럼 해를 넘겨 수확하는 과일·채소, 작기가 수십일·수개월로 짧은 시설채소·과채류, 사과·배·양파·마늘처럼 수확 후 1년 가까이 저장 후 출하하는 농산물은 자칫 ‘오래된 농산물’이란 오명을 쓰게 돼 소비자 불신과 판매 위축이란 더 큰 부작용을 맞닥뜨릴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이는 식약처의 과욕과 일방통행식 행정처리, 농림축산식품부의 안이한 대처가 빚은 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식약처는 달걀·새싹채소·전처리농산물 등을 잇단 규제 대상으로 삼는 등 최근 수년간 생산 단계 농산물을 자신들의 업무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했다. 소비자 알 권리와 식품안전도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우면서다. 특히 2019년 10월 행정예고(안)와 다른 내용으로 고시를 바꿔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부처인 농식품부에 의견을 묻지 않았다. 반면 농식품부는 식약처의 고시 변경 움직임을 2017년 알고 대처해왔지만 개정 사실은 최근 문제가 불거져서야 인지하고 부정적인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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