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고용안전망 확대’ 바람, 농업분야에도 영향 미치나

입력 : 2021-02-22 00:00 수정 : 2021-02-22 23:37

농업 특수성 충분히 감안 단계적 개선을

고용부, 감시·단속 근로자 대상 근로시간 단축·휴일 보장 추진 농

업도 환경 개선 압력 가능성

농가소득 불충분·양극화 심각 재정 지원방안 함께 마련해야

 

고용당국이 농림축산어업분야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게·휴일을 적용받지 않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근로환경 개선방안을 내놨다. 농림축산어업분야에서도 언제든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요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감시·단속적 근로자 중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때에 한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휴게·휴일을 적용하지 않는다.

아파트 경비원처럼 감시 업무를 하는 ‘감시적 근로자’나 시설기사처럼 주로 대기하다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간헐적으로 일하는 ‘단속적 근로자’는 심신 피로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 마련된 규정인데, 최근 ‘아파트 경비원 갑질 사건’을 계기로 이들 근로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게 월평균 4회의 휴무일을 보장해야 한다. 아파트 경비원에게는 적정한 휴게 시간과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24시간 근무 대신 야간에는 당직자만 남기고 퇴근하는 등 이들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방안을 찾아 확산시키기로 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농림축산어업분야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근로기준법 제63조에 포함된 업종이다. 이들 업종이 적정한 근로시간·휴게·휴일을 보장받게 되면 향후 농림축산어업분야도 법 개정 등을 통해 적정한 근로시간·휴게·휴일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이는 적당한 시간을 일하고 쉬는 것이 모든 근로자가 동등하게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현실과 연관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농업분야 근로자들은 세력화가 안돼 있고 발언권이 약해 논의가 안 나오지만 ‘아파트 경비원 갑질 사건’ 같은 트리거(방아쇠)가 있다면 언제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같은 임금이면 구직자가 농촌보다 도시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근로환경 개선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농업분야의 ‘특수성’이다. 농업은 날씨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고, 대부분 종사자가 영세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근로시간·휴게·휴일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이 현장에선 팽배하다. 특히 휴일·연장 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할 경우 늘어나는 경영비 부담을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근로환경 개선이 사회적 흐름이라고 하더라도 농업의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농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기획조정실장은 “농업은 고용주가 근로자 성격도 지니고 있는데 고용주 스스로가 못 누리는 권리를 근로자에게만 준다고 했을 때 저항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고용주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추가 인건비 발생분에 대한 재정 지원방안 등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도 “농가소득이 충분하지 않고 그나마도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농가는 고용조건 개선을 비용 증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공익직불제를 안착시켜 안정적 소득을 보장한다는 전제에서, 농가 규모에 따라 근로조건을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로드맵을 수립하는 게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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