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야 등 열대과일 10년 뒤 무관세…과일시장 ‘먹구름’

입력 : 2020-11-18 00:00 수정 : 2020-11-1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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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 출범…어떤 내용 담겼나

아세안 체더치즈 등 관세 철폐 축산가공품 시장 피해 우려

중국산 녹용·일본 청주 등 추가 개방해 관련 산업 비상

소주·막걸리의 일본 관세는 20년간 없애 시장 접근 개선

쌀·고추·마늘 등 양허 제외

 

더 싼 가격으로 무장한 망고스틴·파파야·구아바가 국내로 반입될 전망이다. 무관세 동남아산 키위가 당장 첫선을 보일 길도 트였다. 현재 20%인 중국산 녹용 관세가 20년 후면 완전히 없어지고, 15%를 물고 들어오는 일본산 청주도 15년 후면 무관세로 수입된다.

8년을 끌어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이 15일 전격 타결되면서 국내 농업부문은 시장 개방의 높은 파고를 다시 한번 맞닥뜨리게 됐다. RCEP은 현존하는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점에서 농업부문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과 FTA 체결=RCEP으로 우리나라는 일본과 처음으로 FTA를 맺게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중국·일본·독일·인도 등 세계 5위 경제 대국과 모두 FTA를 체결한 국가가 됐다. 다만 정부는 일본에 대한 우리 산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자동차·기계 등 민감 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방하더라도 10∼20년 장기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인도는 최종 서명에서 끝내 빠졌다. 수년간 중국과의 무역에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온 상황에서 값싼 중국 제품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가 FTA 출범은 우리 수출시장 확대와 교역구조 다변화에 기여할 것으로 정부와 산업계는 전망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 RCEP 수출액은 2690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RCEP에서 아세안 10개국은 우리에게 상품시장을 추가 개방했다.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 관세 철폐율(79.1∼89.4%)보다 품목별 관세를 추가로 없애 관세 철폐율을 국가별로 91.9∼94.5%까지 끌어올렸다. 자동차와 가전·의료위생용품 등이 대표적인 수혜 품목으로 꼽힌다.


◆과일·축산가공품 시장은 피해 불가피=농림축산식품부는 RCEP 출범이 우리나라 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농산물의 민감성을 반영해 이미 체결된 FTA 대비 추가 개방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쌀·고추·마늘·양파 등과 바나나·파인애플처럼 수입액이 많은 민감 품목은 양허(관세 인하·철폐) 제외로 보호했다.

하지만 아세안 주력 품목인 열대과일이 무관세로 들어올 길이 열리면서 과일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RCEP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기존 FTA와 비교해 추가로 양허한 품목은 136개다. 이 가운데 구아바(관세율 30%)·파파야(30%)·망고스틴(30%)은 10년 뒤에 관세가 없어진다.

열대과일 직수입업체인 M.S.C의 정성권 대표는 “동남아산 구아바는 현재 식물검역문제로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지만 망고스틴은 태국산이, 파파야는 필리핀산이 적지 않게 유통된다”고 했다. 그는 “해외여행 경험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관세 감축으로 값까지 낮춰지면 망고스틴·파파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관세 동남아산 키위가 국내 첫선을 보일 가능성도 커졌다. 아세안 국가에 대해서 키위를 비롯해 체더치즈·유채유(기타)·초콜릿과 기타조제식료품 등 4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즉시 철폐했기 때문이다. 김기환 농식품부 동아시아FTA과장은 “현재까지 아세안 국가로부터 키위가 수입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농가에 미치는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시장에선 다른 평가가 나온다. 신재훈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서울청과 경매사는 “국내 수입 키위시장은 뉴질랜드산을 필두로 칠레·이탈리아산이 경합 중”이라면서 “동남아산은 아직 선보인 적은 없지만 품질만 괜찮다면 무관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산 녹용, 일본산 청주 수입도 늘 듯=이밖에 아세안 외 이미 FTA를 체결한 국가 중 중국에는 녹용(관세율 20%, 관세철폐기간 20년)과 덱스트린(8%, 즉시 철폐), 호주에는 소시지 케이싱(27%, 20년)을 추가 개방했다. 일본과는 다른 FTA와 비교해 낮은 개방 수준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일본과의 농산물 관세 철폐 비중은 46%로, FTA 평균 72%보다 낮다. 하지만 일본 청주에 대해선 15% 관세를 15년 내, 맥주는 30% 관세를 20년 내 철폐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양록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고 주류 원료인 곡물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리나라 수출 유망 농식품 중 소주·막걸리는 일본에 대해 각각 16%, 1ℓ당 42.4엔인 관세를 20년간 철폐하고 사과·배(인도네시아), 딸기(태국) 등의 품목에 대해 시장 접근성을 개선했다.

이상만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정부는 관련 법률에 근거한 영향평가를 추진할 예정이며,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피해 산업분야에 대한 국내 보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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