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메가 FTA ‘RCEP’ 출범…농업부문 추가 개방 격랑 속으로

입력 : 2020-11-15 17:13 수정 : 2020-11-16 08:58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정문에 서명하자 박수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한국 등 15개국 서명…내년 상반기 발효 예상

기존 FTA 대비 추가 양허 품목은 모두 136개

쌀·고추·마늘·양파 등 민감품목은 양허 제외




전세계 인구·총생산(GDP)·무역규모의 30%를 아우르는 ‘메가 FTA’가 출범했다.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15일 참가국 정상들이 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 협정 참가국 정상들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RCEP 정상회의 및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번 서명은 2012년 참가국들이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8년 만이고 우리 정부로선 화상회의를 통해 FTA에 서명한 첫 사례다.


◆메가 FTA 본격 출범=RCEP에 참가하는 15개국의 인구는 22억6000만명으로 전 세계 30%에 달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6조3000억달러, 무역규모는 5조4000억달러로 이 역시 전 세계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보다 규모가 크다. 이른바 메가 FTA가 출범한 것이다. 가맹국 사이에서 관세 문턱을 낮추고 체계적인 무역·투자 시스템을 확립해 교역 활성화를 이뤄내자는 것이 RCEP의 기본 취지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 발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위기 속에도 거대 경제 공동체를 출범시켜 보호무역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RCEP으로 상호협력을 촉진해 코로나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참가국들은 이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개방적·포괄적인 무역 투자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이번 협정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RCEP 출범은 2012년 11월 협상 개시 선언 이후 8년 만이다. RCEP 협정문 서명에 앞서 참가국들은 2012년 11월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8년간 31차례 공식협상, 19차례 장관회의, 4차례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에도 10여 차례 이상 화상회의를 열었다.


◆일본과 처음 FTA 체결하는 효과=RCEP은 우리나라가 일본과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등 세계 5위 경제 대국과 모두 FTA를 체결하게 된다. 브라질을 제외하면 10위 경제 대국과도 모두 FTA를 보유하게 된다. 다만, 정부는 일본에 대한 우리 산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자동차, 기계 등 민감 품목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방하더라도 10∼20년 장기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인도는 최종 서명에서 끝내 빠졌다. 애초 RCEP 협상에 참여한 인도는 대(對)중국 무역 적자 확대를 우려해 지난해 불참을 선언했다. 수년간 중국과의 무역에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 온 상황에서 값싼 중국 제품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도가 포함됐다면 RCEP은 전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을 뻔했다. 세계 최대의 메가 FTA의 출범으로 우리 수출 시장 확대와 교역 구조 다변화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정부와 산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RCEP 수출액은 2천69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RCEP에서 아세안 10개국은 우리에게 상품 시장을 추가 개방했다.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 관세 철폐율(79.1∼89.4%)보다 품목별 관세를 추가로 없애 관세 철폐율을 국가별로 91.9∼94.5%까지 끌어올렸다. 자동차·부품, 철강 등 우리 핵심 품목뿐만 아니라 섬유, 기계 부품 등 중소기업 품목, 의료위생용품 등 포스트 코로나 유망 품목도 추가 시장 개방을 확보했다. 게임·영화 등 서비스 시장도 개방해 아세안 국가와 교류·협력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RCEP는 역내 국가 간 통일된 원산지 기준을 적용해 양자 FTA 체결 때 발생하는 이른바 ‘스파게티 볼(Spaghetti Bowl)’ 효과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스파게티 볼 효과는 접시 안에서 얽히고설킨 스파게티 가닥처럼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 절차 등으로 기업이 FTA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기존에는 중국, 아세안, 호주에 세탁기를 수출하려면 원산지 기준이 제각각 달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RCEP로 하나로 통일돼 우리 기업의 편의성도 높아졌다.


◆농업분야, 추가 시장개방 격랑 진입 불가피=하지만 농업분야로선 추가 시장개방 격랑 진입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전망한 농업분야 파급력은 제한적이지만 간접 피해 규모를 종합적으로 따지면 RCEP 출범에 따른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RCEP 출범이 우리나라 농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내놓은 ‘농업 분야 RCEP 협상 결과’ 자료에서 농산물의 민감성을 반영해 이미 체결된 FTA 대비 추가 개방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쌀·고추·마늘·양파 등과 바나나·파인애플처럼 수입액이 많은 민감품목은 양허 제외로 보호했다.

우리나라 기존 FTA 대비 추가 양허 품목은 136개다. 이 중 일부 추가 개방품목은 관세 철폐 기간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일례로 구아바(관세율 30%), 파파야(30%), 망고스틴(30%)의 경우 10년 뒤에 관세가 없어진다.

아세안 국가에 대해서는 체다 치즈, 키위, 유채유(기타), 초콜릿과 기타조제식료품 등 4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즉시 철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세안 국가로부터 키위 수입 실적은 현재까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세안 외 이미 FTA를 체결한 국가 중 중국에는 녹용(관세율 20%·관세철폐기간 20년)과 덱스트린(8%·즉시철폐), 호주에는 소시지 케이싱(27%·20년)을 추가 개방했다. 뉴질랜드와는 추가 개방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

기존 FTA가 없어 신규 체결한 효과가 있는 일본과는 다른 FTA와 비교해 낮은 개방 수준으로 농산물 시장개방 협상을 마무리했다. 일본과의 농산물 관세 철폐 비중은 46%로, FTA 평균 72%보다 낮다.

우리나라 수출 유망 농식품 중 소주·막걸리(일본), 사과·배(인도네시아), 딸기(태국) 등의 품목은 시장 접근성을 개선했다. 이번 협상에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위생검역(SPS) 조치의 운용을 위해 관련 절차 요건을 구체화하고 정보교환 등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입식품에서 SPS와 관련한 중대한 부적격 사안이 발생할 경우 수출국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등 수입식품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규정도 들어갔다. 신선농산물은 RCEP 역내 우회수입 방지를 위해 엄격한 원산지 기준을 맞추도록 하되 가공식품은 국내 원료수급 여건, 수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관련 법률에 근거한 영향평가를 추진할 예정이며,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피해산업 분야에 대한 국내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남은 절차는=정부는 서명 이후 국회 비준 동의 등 국내 절차를 진행한다. RCEP가 발효되려면 아세안 10개국 중 6개국, 비아세안 5개국 중 3개국이 국내 비준 뒤 사무국에 비준서를 기탁하면 60일 뒤 발효된다. 정부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RCEP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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