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공간계획’ 세워 난개발 막는다

입력 : 2020-06-01 00:00 수정 : 2020-06-01 22:47

농식품부, TF 구성·연구 진행 토지이용·시설입지 규제 방향

농지법·산지법 등 정비 추진

주민 재산권 침해 논란 우려
 


지난해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사태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2001년 마을에서 500m 떨어진 곳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2017년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렸고, 그중 14명이 숨졌다. 논란 끝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병 원인이 해당 공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부가 이같은 ‘암 마을’ ‘악취 농촌’ 발생을 막겠다며 농촌공간 정비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의 토지 이용과 시설 입지를 규제해 ‘바람직한 농촌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촌주민의 재산권 침해, 지역경제 침체 장기화 등 지역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소지도 커 논란이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농촌공간계획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농촌공간계획’ 수립에 본격 돌입했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관련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고, 5월28일엔 한국농촌계획학회를 통해 ‘농촌공간계획 제도 및 정책화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도 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농촌경관을 훼손하는 시설로 공장·태양광·송전탑·대형간판·축사 등을 꼽을 만큼 현재의 농촌은 ‘농촌다움’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면서 “난개발과 저개발의 틈바구니에서 신음하는 농촌공간을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이용·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현재 5년 단위로 수립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20년 단위의 ‘기본방향’과 5년 단위의 ‘기본계획’으로 개편하고 여기에 ‘농촌공간계획’을 포함해 수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법 정비도 추진 중이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도시지역은 용도지역이 주거·상업·공업 지역으로 세분화돼 있다. 하지만 농지·산지 외의 농촌지역은 다양한 용도로 개발 가능한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별다른 규제 없이 다양한 용도의 시설·건축물을 세울 수 있다.

현행 농지법과 산지법·농어촌정비법도 들여다보고 있다. 농지와 산지의 전용이 비교적 쉽고 1992년 버섯재배사, 2007년 축사, 2012년 곤충사육사 등 농·산지에서 할 수 있는 행위의 범위가 점차 확대돼 농촌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시각에서다.

이에 따라 축사를 농지에서 제외하거나 재생에너지(태양광)시설의 무분별한 건립을 막기 위해 산지법상의 규제 강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예 농촌계획법을 제정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법 정비의 필요성엔 동의한다.

한이철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유해공장·폐기물업체·축사 등 각종 시설이 뒤엉키는 농촌 난개발을 막으려면 국토계획법상의 ‘관리지역’과 ‘농림지역’을 농촌으로 간주해 ‘취락지역·생산지역·경관보전지역(가칭)’으로 세분화해 재편하고, 기존 ‘취락지구’를 보완해 농촌계획지구를 새로 도입, 행위 제한이나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농촌공간의 체계적·계획적 이용·관리를 위해선 규제 강화가 필수적인데 재산가치 하락 등의 이유로 마을주민과 농지·시설물 소유주 등이 반발할 수 있어서다.

국토 전역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가 농식품부의 독자적인 농촌계획 수립을 합의해줄지도 미지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 농촌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농촌공간계획 수립 근거를 차근차근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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