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던 땅 샀는데 직불금 신청 못한다니…”

입력 : 2020-05-27 00:00 수정 : 2020-05-27 23:40

공익직불제 농지·농민 기준 까다로워 불만 속출

2017~2019년 중 1회 이상

직불금 수령 실적 없으면 제외

도시 살면 소농직불금 ‘퇴짜’

지자체 의원 등 선출직 경우 당시 농외소득 때문에 불이익



“부재지주가 직불금을 부당하게 타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선량한 농민이 억울하게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올해 처음 시행되는 공익직불제에 대한 농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경작면적이 0.5㏊ 이하면 논밭에 관계없이 연 120만원의 ‘소농직불금’을 받는 데다 ‘면적직불금’ 단가도 종전보다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농민들이 신청 현장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해당 농지와 농민이 정부에서 정한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충남 공주에서 벼농사를 짓는 정모씨는 지난해말 농업진흥지역 내 논 2314㎡(700평)를 샀다. 농업경영체 등록신고까지 마친 정씨는 최근 면사무소에 공익직불금을 신청하러 갔다가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새로 산 농지가 직불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씨는 “매도자가 매년 벼농사를 짓던 논이라 아무 의심 없이 샀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최근 3년 동안 직불금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미리 알았다면 그 논을 사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나 같은 선의의 피해자는 구제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정씨처럼 직불금 신청 길이 막힌 농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지급 대상 농지 요건’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2017~2019년 중 한번이라도 쌀직불금·밭고정직불금·조건불리지역직불금을 정당하게 받은 실적이 있어야만 지급 대상 농지에 해당한다. 정씨가 사들인 농지는 이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신청 자체가 되지 않은 것이다.

현장에선 이 요건을 둘러싸고 구구한 사연들이 나온다. 경북 경산에서 임차농지 6611㎡(2000평)와 자가 소유 농지 1295㎡(392평)에서 수년간 복숭아를 재배해온 김모씨(73). 김씨 역시 두 농지가 최근 공익직불제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까진) 논만 직불제 대상인 줄 알고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직불금 한푼 받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공익직불금마저 영구히 배제된다니 화가 난다”고 했다.  

충남 홍성군 홍북읍의 농민 A씨도 이 요건 때문에 허탈하긴 마찬가지다. 농업진흥지역 내 논 2644㎡(800평)를 2017년초 지인에게 빌려준 A씨는 올해부터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임대기간(2017~2019년) 동안 임차인이 직불금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직불금 대상 농지에서 제외된 것이다.

‘지급 대상 농민 요건’도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제주 제주시 용담동에 사는 B씨는 인근 지역에 소유한 농지 2314㎡(700평)에 대해 소농직불금을 신청하려다 거절당한 채 면적직불금만 신청했다. 소농직불금을 받으려면 농촌에 3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데 용담동은 농촌지역으로 분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B씨는 “소농직불금 지급 대상이 되면 120만원을 받지만 (그렇지 못해) 면적직불금 40만원만 받게 됐다”면서 “제주도는 도농간 거리가 가까워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농민들이 상당수인데 소농직불금 지급 요건을 무조건 농촌거주자로 제한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지급 대상 농민 요건이 기초·광역 자치단체 의원이나 농협 조합장 등 선출직에 특히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급 대상 농민이 되려면 2016~2019년 4개년 중 1회 이상 직불금을 받고 농외소득(농업 외의 종합소득금액)이 연간 37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강원지역에서 고랭지 무·배추 농사를 짓는 전직 조합장 C씨는 조합장 수행기간 동안 연봉이 3700만원 이상이어서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는 “조합장 재직 때인 2016~2019년 직불금 수령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영구히 제외된다면 나와 내 농지는 ‘미아 농민’ ‘미아 농지’가 되라는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여론에 일부 수긍을 하면서도 제도 개정엔 신중한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장마다 억울한 사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급 대상 농지와 농민 요건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농지의 신규 활용을 부추겨 농산물 생산과잉을 초래, 직불제 도입 취지에 역행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홍성=이승인, 경산=오현식, 제주=김재욱, 강릉=김윤호,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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