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안전보험 개선” 목소리

입력 : 2020-04-13 00:00 수정 : 2020-04-13 10:15

보험 가입기간에 사고 당해 만료 후 사망 땐 보험금 ‘0원’

경북에 살던 농민 변모씨는 지난해 3월25일 밭일을 하러 가다 경운기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해 50일 후인 5월4일 숨졌다. 변씨는 9년 동안 매년 농업인안전보험에 가입했지만, 사망 전인 4월12일 보험기간(가입기간)이 만료되면서 사망보험금(유족급여금·장례비) 1억3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전남에 살던 농민 방모씨도 마찬가지다. 2018년 12월15일 경운기사고를 당하고 열달 후인 지난해 10월12일 사망했지만, 역시 보험기간이 만료돼 사망보험금을 한푼도 못 받았다.

이처럼 농업인안전보험의 사망보장에 일부 사각지대가 나타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업인안전보험은 농작업 중 발생하는 상해나 관련 질병을 보장하는 정책보험이다. 그러나 1년 단위 계약이라는 이유로 보험기간 중 사고를 당한 뒤 보험기간 이후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사망보험금 지급 관련 규정이 모호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농업인안전보험 약관 제9조에는 ‘보험기간 중 농업작업안전재해 또는 농업작업안전질병으로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이를 정책보험을 위탁판매하는 해당 보험사는 ‘보험기간 중 사망한 경우’로 해석해 보험기간 종료 후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농작업안전재해나 질병이라는 원인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라고 해석하는 고객의 권리를 제약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규정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도 이같은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의 ‘민원업무 매뉴얼’에도 사망원인이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것이 인정되면 사망시기에 상관없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런 이유로 1년마다 계약하는 자동차보험 등 여타 보험처럼 사망원인이 보험기간 중에 발생하면 사망시기와 상관없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보험기간 자체가 단기라고 해서 그 기간 안에 사망까지 해야 보험금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비슷한 판례들에서도 대부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다”고 말했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인 박기억 변호사도 “보험에서 장해와 사망은 뗄 수 없는 관계로 보기 때문에 가입기간 중 발생한 사고가 사망원인이라면 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 손해사정사는 “수년 전부터 농업인안전보험의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해 손해사정사를 찾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농민들이 많은데도 정작 농식품부에 문의하면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약관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보험기간 중 발생한 사고가 직접적인 원인인 경우 보험기간 종료시점에서 30일 이내로 사망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약관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단비 기자 welcomera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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