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추경에 농업 소외…추가대책엔 농가피해 꼭 고려해야”

입력 : 2020-03-23 00:00 수정 : 2020-03-23 23:48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 배정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농민단체, 코로나19 피해대책 촉구 한목소리

학교 개학 두차례나 연기 친환경농산물 판로 막혀

농식품부 긴급대책 역부족 화훼류·마늘도 수요 뚝 끊겨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 지연 영농철 농가도 인력부족 비상

범정부 차원 해결안 마련 시급

농촌 노인 등 돌봄문제도 심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11조7000억원을 긴급 편성했지만 전방위로 닥친 경제난을 극복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17일 국무회의에서 “추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추가로 특단의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2차 추경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농업계는 “1차 추경에 농업은 철저히 소외됐다”며 “2차 추경 등 추가대책엔 반드시 농업이 고려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막힌 수요 뚫어줘야=코로나19 확산으로 문제가 되는 건 친환경농업부문이다. 농민들은 학교 개학이 두차례나 연기되면서 급식용으로 재배했던 농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농산물 꾸러미로 상품화해 판매를 돕고 있지만 전체 물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전국 학교에는 연간 9000억원어치의 농산물이 공급된다. 이중 5000억원가량을 차지하는 친환경농산물은 대체판로가 마땅치 않다. 4월6일로 예정된 학교 개학일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국회의원선거일(4월15일) 이후로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일 내놓은 친환경농산물 할인판매 지원 등 긴급대책에 대해 “급한 불을 끄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못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할인판매로도 소진되지 않는 물량에 대한 해결방안은 없는 데다 질병·재난 등이 발생해 급식이 중단될 때마다 피해를 농가가 떠안는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김병혁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위원장은 “공공부문에서 계약농산물을 책임지고 소비해주지 않는 상황이므로 농가피해 일부라도 직접 보상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급식 납품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계약재배안정기금 도입이나 농작물재해보험 적용 가능성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졸업·입학과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 특수를 모두 놓쳐버린 화훼업계도 문제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결혼식 등 각종 행사 취소가 잇따르면서 꽃 수요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도심 꽃길 조성 등 대규모 화훼 수요를 일으켜 농가의 활로를 열고 침체한 사회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마늘값 폭락 파동을 겪은 농가들은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재차 파동이 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마늘 대량 소비처인 요식업 경기가 얼어붙어 쌓여 있는 재고 처리도 쉽지 않아서다.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마늘 주산지에 밭떼기 계약이 이뤄질 시기인데 상인들은 ‘코로나 불경기’로 통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이달 산지폐기로 사전 면적조절을 추진했지만 농가들이 원하는 물량엔 미치지 않아 보다 과감한 조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인력수급 길 터줘야=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농가들이 공통으로 우려하는 건 인력부족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지연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강원 춘천, 충북 괴산, 전북 익산, 경북 영양 등에 3~4월 투입될 예정이었던 필리핀·베트남·중국 계절근로자의 입국은 일제히 미뤄졌다.

용역업체를 통해 그나마 조달했던 국내 체류 외국인들마저 본국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여성 6만원, 남성 8만원씩 했던 하루 인건비가 이미 1만~2만원 오른 곳도 있다. 이충재 강원 홍천 내면농협 상무는 “농번기엔 외국인 인력을 가득 실은 버스가 15대씩 지역에 드나들었는데 올해는 어떻게 인력을 조달할지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업종별로 정원을 관리하는 고용허가제(E-9 비자) 인력 가운데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는 제조·건설 분야 근로자를 농번기만이라도 농업분야로 이동시켜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결혼이민여성 등과 방문동거(F-1 비자)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계절근로를 허용하는 문제도 인력난을 해결할 방편으로 제시된다. 고문삼 한국농업인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코로나19 불안감으로 불법체류 외국인마저 대부분 출국했고 농촌은 극심한 인력가뭄에 빠지게 됐다”며 “고용노동부·법무부 등 범정부 차원의 공조로 농촌 인력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경로당 폐쇄와 각급 학교 개학 연기로 농촌 노인과 아동의 복지·돌봄 문제도 심화하는 추세다. 오현석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사무국장은 “추경 등으로 재정을 확보해 농식품 현물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공공급식센터·요식업체에서 친환경농산물로 꾸러미·공공도시락을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방식도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동시에 돕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1차 추경에 농업문제가 포함되지 않아 농가에 소외감을 줬다”며 “정부는 코로나19 농업피해를 구체적으로 계측하고, 2차 추경에 피해농 생계비와 영농 손실분 직접지원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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