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위원회, 농민 대변자 포함해야”

입력 : 2019-06-12 00:00 수정 : 2019-06-12 23:36

국가 통합물관리 시대 개막…농업분야 대응 ‘초보 수준’

13일 ‘물관리기본법’ 시행…국가물관리위·유역물관리위 출범

농식품부, 농업용수 관련 지방조직 없어…물 배분 대립 때 불리

“물부족 시대 대비를” 지적도



국가 차원의 통합적 물관리를 위해 제정한 ‘물관리기본법’이 13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수량·수질·수재해·환경 등 물 관련 정책과 쟁점은 앞으로 설치될 국가물관리위원회(이하 국가물관리위)와 유역물관리위원회(〃 유역물관리위)에서 다루게 된다. 이달말께 첫 회의를 열 것으로 보이는 국가물관리위는 4대강의 보 철거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이 합동으로 참여해 물문제를 다루는 위원회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농업분야의 참여와 대응은 초보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유역을 중심으로 운영될 4개 유역물관리위에는 농업계의 이해를 적극 대변할 참여자가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물관리기본법은 유역물관리위에 해당 유역의 시·도지사와 물관리 경험이 있는 공무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경우 지방청을 두고 있어 소관분야의 물문제에 기민하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용수와 관련한 지방조직이 따로 없는 실정이다. 법 시행령은 지방산림청장이 유역물관리위에 참여하도록 명시했지만, 전문가들은 “산림청이 농업용수문제를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지역의 물 관련 현안을 파악하면서 본부 직원을 유역물관리위 위원으로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용수를 다루는 지방조직을 두기는 쉽지 않다”며 “관련 기관과의 유기적인 정보 교환으로 유역물관리위 참여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업계는 유역물관리위 체계가 본격 가동되면 농식품부의 이같은 구상이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물 배분을 놓고 치열한 대립이 벌어질 텐데, 현장을 모르는 상태로는 논의에 깊이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30~50명으로 구성되는 유역물관리위에는 정부·공공 기관 관계자 외에 민간위원들이 다수 참여한다. 농업분야는 시·도지사의 추천을 받아 유역별로 3명 안팎의 민간위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기에 농민이 포함될지는 확실치 않다.

농지개량조합이 농업기반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로 통폐합되면서 수리시설과 직접 관련된 농민조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성준 건국대학교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제도권 밖에서 목소리를 냈던 환경·생태 분야의 민간단체들이 앞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농업용수를 사용하는 농민들이 풀뿌리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유역물관리위에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농업용수를 이용하고 관리하는 문제에 대해 농업계가 주체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라며 “물관리기본계획 수립과 더불어 물분쟁 조정 등을 수행할 물관리위에 최대 이해당사자인 현장농민과 농업계 관계자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통합물관리가 이뤄진다고 해도 농민들의 용수 확보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한정된 수자원을 놓고 다양한 수요자가 경합하는 ‘물부족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쌀 전업농의 40%는 가뭄상황에서도 용수 절감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 면적이 줄어들어도 용수 공급량이 감소하지 않는다거나 수막재배 등 지하수를 대량 소비하는 최근의 밭농사에 대해 농업계 바깥의 시선도 곱지 않다. 김홍상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통합 물관리 체제가 구축되면서 ‘공평하게 배분돼야 할 수자원이 농지로 과도하게 흘러들고 있다’는 비농업계의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농민의 수리권 확보를 위한 노력과 함께 종전보다 물을 적게 쓰는 농민에 대한 보상체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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