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협치농정으로 지속가능한 국민농업 이뤄야”

입력 : 2018-05-16 00:00 수정 : 2018-05-16 09:07

 

문재인정부 2년 차…농정과제는? 각계 농업 전문가 9인에게 듣다

 

농정 관련 법안 발의 불구 여야 정쟁에 묻혀 뒷전

대통령령인 시행령 통해 농특위 설치하고 추후 보완을

기존 농정 세밀한 분석 필요 직불제 개편도 서둘러야

남북경협 활성화 대비 농업협력 방향 설정 조속히 시장개방 장기대책 제언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어느덧 집권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1년의 공과(功過)로 정권의 성패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적폐청산과 한반도 긴장완화 바람을 타고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우호적이다.

그렇지만 농업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농정수장 공백 장기화와 저조한 농정공약 이행률은 농심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뒷걸음치는 농업소득과 물밀듯 밀려오는 수입 농축산물은 한국농업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그렇다면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재인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농정과제는 무엇일까. <농민신문>이 농업 전문가 9명으로부터 들어봤다. 



◆농특위 설치=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 2년 차의 최우선 과제로 ‘협치’를 꼽았다. 협치는 문 대통령 농정공약의 핵심 키워드다. 문 대통령은 정책 수립 단계부터 농민과 소비자,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상향식 농정모델을 만들겠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2017년 정부와 여당은 공약 이행을 위해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설치 법안과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관련 법안들은 여야의 정쟁에 묻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농특위를 통해 경쟁력 중심에서 다원적 농업, 지속가능한 국민농업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고,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역시 “농정개혁의 철학과 방향을 확실히 수립하려면 대통령 직속기구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는 “여야 합의가 어렵다면 대통령령인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농특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농특위에서 농민·소비자·전문가·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주요 농정과제의 로드맵(중장기 계획)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국회만 바라보지 말고, 일단 시행령으로 농특위를 설치한 뒤 추후 보완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책 재검토=전문가들은 집권 2년차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정책 방향을 현실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농정에 대한 세밀한 평가와 분석을 토대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송경환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교수(한국농식품정책학회장)는 “과거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던 마을단위사업 상당수가 애초 목표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해봐야 한다”며 “전 정부에서 유익했던 농정은 그대로 끌고 가되 실패했던 농정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부처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정책이 중복되거나 (책임지는 곳이 없는)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각 사업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과학과 근거에 기반을 둔 새로운 농정개혁 방향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직불제 개편을 서두르자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 직불제는 복잡한 체계, 쌀에 대한 편중 지원, 생산 왜곡 등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며 “집권 후반기로 가면 농정개혁의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2년 차인 지금부터라도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토대로 종합적인 직불제 개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농업협력 밑그림 마련=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가 기대되면서 농업협력사업의 기본 방향 설정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임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인도적 차원의 식량·비료 지원을 하되 근본적으로는 북한의 농업생산력 회복과 농산업 성장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농업협력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남북 농업분야 협력 목표와 실천과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협력 성과가 계속해서 나타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계획 수립과 효율적인 추진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역시 “종자·농업기술·농기계 교류는 미리미리 준비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북 공동식량계획’처럼 통일농업의 밑거름이 될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 사무총장은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실현을 위해) 청와대가 설치한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산하에 ‘남북 농업교류협력 태스크포스(TF)’를 두자”고 제안했고, 허 상임이사는 “남북농업교류협력 기본계획 수립과 추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타=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10년 내로 농축산물 관세장벽이 거의 사라지는 만큼 지금부터 차근차근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여파로 2020년대 중반이면 주요 농축산물 관세가 사라지게 된다”며 “이에 대응한 대책 마련을 다음 정권에 넘길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와 정치권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지개혁을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강 정책위원장은 “비농민·고령농 소유 농지를 국가가 사들여서 청년 귀농인에게 빌려주자”고 제안했고, 박 사무총장은 “부재지주의 직불금 수령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흔들림 없는 경자유전 원칙을 만들자”고 제언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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