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개헌에 적극 대응…1000만 국민 서명운동 ‘천군만마’

입력 : 2017-11-15 00:00
10월27일 한국농업법학회가 ‘미래의 농업·농촌과 헌법적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앞줄 오른쪽 세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뜻을 다지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농식품부, TF 꾸려 격주 회의 국민 공감대 형성 방안 모색 농업 가치평가 구체화·과학화

농협, 전국 서명운동 ‘가속도’ 13일 참여 국민 150만명 돌파 각계와 연대…자문위도 가동

정치권도 여론 확산에 총력 농민단체, 자체 개헌안 마련
 


헌법에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반영하고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작업에 돌입했다. 농협은 ‘농업가치 헌법반영 국민공감운동’ 결의대회를 갖고 1000만명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농민단체도 합심해 헌법에 농업 조문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 정부 움직임은=농식품부는 5·9 대선 이전부터 농업·농촌 분야 헌법개정 논의에 대응해왔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대선후보들이 헌법에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담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선이 끝나자 연구용역 등을 통해 관련 논의의 구체화에 나섰다. 우선 농업경제학회를 통해 ‘농업·농촌 관련 헌법조항 현황 및 개정방향’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주했고, 용역 결과 새 헌법에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담은 조문을 신설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별도로 한국농업법학회에 경자유전의 원칙을 유지하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새롭게 추가한 ‘헌법개정 시안’을 만들어볼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안은 10월27일 열린 농업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논의를 촉구하면서 농식품부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농업·농촌 개헌 대응 TF’ 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TF는 앞으로 2주에 한번 회의를 개최하며 연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TF는 헌법개정 동향을 공유하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평가에 대한 연구방향과 개헌 대응 전략에 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 농업·농촌의 가치평가 연구는 연말쯤 완료될 예정이다. 가치평가에 대한 연구는 농촌진흥청·산림청 주관으로 과거에도 수행했지만, 이를 보다 구체화·과학화한다는 게 농식품부 구상이다.

김기훈 농식품부 농촌정책과장은 “TF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구체화·개념화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안을 찾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농업가치 헌법반영 서명 150만명 돌파=농협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매일 ‘농업가치 헌법반영 국민공감운동’을 펼친 결과 13일 현재 서명에 참여한 국민이 150만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농협 10만 임직원들은 금융·유통 점포를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인파가 몰리는 축제장·행사장·종교시설을 찾아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농협이 서명운동에 주력하는 이유는 30년 만에 찾아온 헌법개정 기회를 맞아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농업·농촌이 지닌 공익적 가치가 수백조원으로 추정됨에도 국민의 인식이 낮아 국가정책에서 고스란히 농업 홀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서명운동이 쾌조의 출발을 보였지만 1000만명 목표 달성까지는 지구력이 필요한 만큼 각종 단체와 국민공감 연대를 구성하고, 자문위원회를 가동해 추진동력을 키워나간다는 복안이다.

우선 농업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국민공감 연대 구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농협은 정관계·공공기관·학계·농민단체·소비자단체·협동조합·내부조직·재계·비정부기구(NGO)와 연대를 추진 중이다. 12월 초 국민공감 연대 결의대회를 열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방침이다.

농협은 23일 각계각층의 저명인사가 참여하는 농업가치 헌법반영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켜 서명운동 추진방향에 대한 체계적인 자문도 받을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농업·농촌 개헌 대응 TF를 구성하면서 농협이 주도적으로 펼치는 농업가치 헌법반영 서명운동이 천군만마를 얻은 것만큼이나 추진동력을 얻고 있다”며 “연내 1000만명 돌파에 파란불이 켜졌다”고 반겼다.



◆ 정치권·농민단체도 동참=헌법에 농업가치를 반영하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 움직임은 아직까지 미지근하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개헌 논의 대상에서 농업관련 안건은 ‘경자유전 원칙 폐지 여부’ 정도다. 공익적 가치를 비롯한 주요 의제가 정치 현안에 묻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영천·청도)은 이달 중으로 ‘농업분야 헌법개정 토론회’를 열고 농업가치 헌법반영 여론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 의원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서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더라도 농업가치를 헌법에 담을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만큼 농업계가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 기간 내내 농업가치 헌법반영을 촉구해 주목을 받았던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전남 광양·곡성·구례)도 관련 논의가 확산되도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대정부질문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 의원은 “2014년 기준 산림을 포함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무려 200조원에 육박한다”며 “이를 많은 국민에게 알리고 농업 발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개헌 논의에서 공익적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에서도 새로운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담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40여개 농업관련 단체가 참여한 ‘농민권리와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위한 헌법개정운동본부(이하 농민헌법운동본부)’는 농업계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자체 개헌안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윤병선 헌법연구팀장(건국대 교수)이 주축이 돼 만든 농업 조문에는 ▲농민권리 ▲농업의 공익적 가치 ▲먹거리 기본권이 담겼다. 농민헌법운동본부는 18일로 예정된 전국농민대회에서 이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임현우·김상영·서륜·함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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