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농축산물 관세철폐 압박 클 듯…농업계, 격랑 맞설 전략 짜야

입력 : 2017-10-13 00:00
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모습.

한·미 FTA 개정협상 ‘사실상 합의’…전망과 과제는

‘FTA 폐기’ 등 미국 요구에 내년 초부터 본격 협상 예상

미, 자동차 무역적자 앞세워 농축산물 집중 공략 예고

사실상 개정협상 ‘초읽기’ 우리도 정당한 대가 요구를
 


미국의 통상압박이 결국 한국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한국은 FTA의 경제적 효과부터 먼저 따져보자고 버텼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에 말려든 모양새가 됐다. 2006년 한·미 FTA 협상 개시, 그리고 2011년 국회 비준동의 과정에서 겪었던 혼란보다도 더 높은 파고가 우리나라를 덮칠 것으로 우려된다.


◆ 내년 초 협상 시작될 듯=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이달 초 워싱턴에서 FTA 개정협상에 착수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애초 개정협상에 난색을 보였던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언급에다 북핵 사태에 따른 한반도 안보위기까지 고조되면서 미국 측 요구를 뿌리치지 못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2018년 초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이 FTA 개정협상에 착수하려면 각자 내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국은 통상절차법,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TPA)을 따른다.

우선 우리 정부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통상조약 체결계획을 수립하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쳐 국회에 보고한다.

미국 행정부도 TPA에 따라 개정협상 착수 90일 전까지 관련 내용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연방관보 공지나 공청회 같은 절차도 거쳐야 하고, 협상 개시 30일 전에는 협상 목표도 공개해야 한다. ‘내년 초 협상 개시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절차 때문이다. 다만 개정협상이 협정문 일부만 수정하는 선에 그친다면 의회 승인 없이도 가능하다.

개정협상은 물론 그전에도 한쪽의 의지만으로도 FTA를 폐기할 수 있다. 협정문 24조 5항은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상대국에 종료를 서면으로 통보한 날로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명시돼 있다.


◆ 농축산물 추가개방하나=개정협상이 시작되면 미국은 자동차와 농축산물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국 무역적자의 80%를 차지하는 자동차를 대표적인 불공정무역 사례로 지목했다. 지난해 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액은 160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액은 17억달러에 그쳤다.

미국은 자국 자동차의 한국 진출 실적이 저조한 이유가 각종 규제에 있다고 지적하며 비관세장벽 철폐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를 지렛대 삼아 농축산물을 노린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통상 전문매체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에 따르면 8월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1차 회의에서 미국 측은 우리 정부에 “농축산물 관세를 즉시 철폐해달라”고 요구했다. 한·미 FTA에서 합의한 농축산물 관세철폐 일정을 앞당기라는 압박이다.

한·미 FTA 협정문을 보면 미국산 농축산물 1531개 중 957개는 무관세로 한국땅을 밟는다. 나머지 574개는 아직 관세가 남아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관세철폐 일정이 당겨지면 미국산 농축산물의 가격경쟁력이 커지면서 국내 생산농가들의 피해는 더욱 늘게 된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산 농축산물에 부과하는 관세철폐 기간을 5~10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농식품이 주로 관세가 낮거나 없는 가공품이라는 점, 수출액이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속셈은 한국을 압박해 더 많은 농축산물을 수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서비스 무역수지 개선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을 고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이나 정책 변화로 피해를 봤을 때 상대국 법정이 아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한·미 FTA 국회비준 당시 사법주권 침해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특별회기 1차 회의에서 자동차와 농축산물 같은 관심사항을 거론했다는 것은 사실상 개정협상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도 미국의 요구에 상응하는 대가를 정당하게 요구하는 전략으로 하루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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