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로 완전 이관 필요” vs “소관부처 농식품부로 되돌려야”

입력 : 2017-09-13 00:00

달걀 파동으로 재점화된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 다툼

농식품부·식약처 업무영역 갈등, 30년째 지속

최근 여야, 식약처에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 몰아주는 관련법 ‘개정안’ 발의

농업계 “방역당국인 농식품부 손떼면 신속대응 못해” 반발

농해수위 소속 김현권 의원 “이원화된 업무, 농식품부로 일원화하는 법안 발의 준비”
 

여야가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을 계기로 축산물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예상
된다. 사진은 8월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
관(왼쪽부터)과 이현규 식약처 소비안전국장,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
정책실장이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업무영역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박근혜정부는 ‘먹거리 안전’을 강조한 박 전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축산물을 비롯한 식품안전 컨트롤타워(총괄 조정) 기능을 식약처로 일원화했고, 생산단계의 안전성 조사만 위탁 형태로 농식품부에 남겨뒀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정치권이 생산단계 위생·안전관리 업무까지 식약처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관련 논의는 새로운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 30년 이상 지속된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 다툼=축산물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둘러싼 두부처의 주도권 다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62년 축산물가공처리법 제정 이후 축산물 관련 위생과 안전관리 업무는 대부분 농정당국이 맡아왔다. 그러다 1985년 상황이 바뀌었다. 전두환정부는 축산물 위생 업무를 농수산부에서 보건사회부로 이관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신에서 개고기를 비롯한 먹거리 안전을 문제 삼은 게 계기가 됐다. 1996년에는 식약처의 전신인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독립하면서 농수산부의 입지는 더욱 줄었다.

상황이 재역전된 것은 1997년이다. 그해 11월 국회는 정육점 영업허가권과 축산물 제조과정의 관리·수거·검사 업무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농림부로 넘기는 축산물가공처리법을 전격 통과시켰다. 1차 생산물은 물론 햄·소시지 같은 주요 가공식품 업무까지 이관되면서 식약청은 큰 충격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 두부처는 운명을 건 싸움에 돌입했다. 국내산 장어에서 검출된 발암물질 말라카이트그린 사건에 이어 기생충알 김치 사건이 터지자 식약청은 ‘농림부의 생산단계관리 미흡’을, 농림부는 ‘식약청의 가공·유통단계관리 미흡’을 주장했다.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격론을 벌였던 두부처의 업무 영역 다툼은 박근혜정부 들어 식약처의 승리로 사실상 굳어졌다.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한달 뒤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식약청을 장관급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로 확대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농식품부 소관이던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식약처로 넘어갔다. 유통·소비단계는 물론 생산단계 안전관리 업무까지 식약처로 이관된 것. 다만 당시 식약처의 조직과 행정력이 완비되지 않은 탓에 생산단계인 농장·도축장·집유장 안전관리는 농식품부가 위탁 형식으로 담당하도록 했다. 최근 여야가 각각 발의한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안’은 위탁 규정을 삭제하고 식약처에 관련 업무를 몰아주는 내용을 담았다.


◆ 식약처 완전 이관은 안돼=여야가 축산물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식약처로 일원화해야 한다며 내세운 논리는 ‘생산부처에서 안전관리 업무까지 담당하면 온정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다는 의미다. 여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을)은 “농축산업 육성과 규제를 통한 국민 안전관리 주체는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구분되는 게 마땅하다”며 “식품안전 컨트롤타워라는 식약처 설립 취지 등을 고려했을 때 식약처로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농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방역당국인 농식품부가 생산단계 안전관리 업무에서 손을 떼면 축산물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각 시·도에 있는 동물위생시험소의 전반적인 컨트롤 기능까지 식약처로 넘어가면서 최근 신설된 농식품부 방역국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1995년 소골 탄저병 사태 당시 보건복지부는 소골을 먹는 사람에게 탄저병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며 “축산 현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부족한 식약처가 생산단계까지 손을 뻗친다면 이런 문제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단계에서 규제 중심의 식약처 입김이 강해지면 축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집유 업무가 식약처 소관으로 바뀌면 원유 가격이나 쿼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낙농가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업무 영역 조정은 부처 이기주의를 떠나 축산농가, 나아가 축산업계의 발전 차원에서 심사숙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축산물위생관리법 소관 부처를 농식품부로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4년 전 축산물위생관리법 이관은 소비자·생산자단체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나 토론회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은 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발표만으로 결정됐다. 또 2013년 식약처가 농식품부의 축산물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가져갈 때 함께 데려간 수의사와 전문인력 171명 가운데 6명만 식약처 본부 축산물 관련 부서에 배치됐다. 게다가 식약처는 전담조직인 농축수산물안전국을 해체해 수입식품안전정책국을 만드는 등 농축산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의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이번 달걀 파동에서 전수조사는 사실상 농식품부가 다했을 정도로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는 생산부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원화된 축산물 위생·안전관리 업무는 물론 축산물 검역·검사 업무까지 농식품부로 일원화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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