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무기술·무연고 ‘3無 청년농’ 위한 정책 마련해야”

입력 : 2018-07-09 00:00 수정 : 2018-07-10 00:21
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청년 농업·농촌 정책 파티’에서 참석자들이 청년농 육성을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청년농업인연합회 ‘청년 농업·농촌 정책 파티’ 열어

청년 각자도생하게 하는 귀농·귀촌 정책 재설계하고 청년농 위한 인프라 구축을

농촌에 청년이 많아지려면 일정 수준의 소득 외에 삶의 만족도 향상 사업도 필요

지역사회와 동반성장 위해 ‘청년 참여 할당제’ 도입해야
 


농업분야에 젊은 피를 수혈하는 게 시급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청년농 육성을 위한 구체적 제안들이 쏟아졌다. 청년농업인연합회와 농어업정책포럼 등이 공동주최한 ‘청년 농업·농촌 정책 파티’ 토론회가 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기반이 없는 청년도 농업·농촌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정책, 농촌에서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반 없는 청년을 위한 정책 있어야=김현희 전북 순창군귀농귀촌지원센터 교육팀장은 “무자본·무기술·무연고의 ‘3무(無) 청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농업·농촌에 관심이 있지만 모아놓은 돈도 없고, 농업 관련 기술이나 경험도 없고, 주위에 농사짓는 사람도 없는 도시 청년들은 창농에 있어 다른 이들보다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취약계층”이라며 “기반이 전혀 없는 청년들도 농촌으로 올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된다면, 농촌이라는 공간이 훨씬 더 창조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귀농·귀촌 정책이 청년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설계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팀장은 “일반적인 귀농교육에서 요구하는 준비조건이 농사기반·농사기술·자본 등인데, 이를 다 갖추면 이미 청년이 지난 나이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 구하는 문제가 가장 어렵고, 막상 집을 구하더라도 혼자서 농사짓기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청년이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정책으로는 농촌에 청년이 머무르게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성과 위주의 정책이 청년들의 농촌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팀장은 “삶터와 일터를 바꾸는 문제인 만큼 농촌에서 살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부족한 청년들도 많은데, 이들에게 농촌을 경험해보고 실패할 기회도 줘야 한다”며 “실패 사례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책으로는 농촌에 들어오는 청년을 늘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청년농 육성을 위한 두가지 핵심 키워드로 주거와 농사기반을 꼽았다. 그는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대학생을 입주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 같은 제도를 참고해 농촌에 거주할 청년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며 “농지은행제도를 개선해 청년들이 농사지을 땅을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황 팜프라 대표도 “기반이 없는 청년농을 위한 농업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자본금이 부족해도 청년농이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연구하고, 이동식 목조주택을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업을 시작하려는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농 육성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 삶의 만족도 높여야=정민철 젊은협업농장 대표는 “농업·농촌의 문을 두드리는 청년이 많아지게 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은 물론 삶의 만족도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촌으로 뛰어드는 청년농을 ‘뉴 파머(New farmer·새로운 농민)’라고 지칭하며, 이들이 그리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새롭게 등장한 청년농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기존 농민과 다르고, 농민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과도 괴리가 있다”며 “이들의 특징은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농촌에서 인간적 성숙을 추구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직업이나 거주지 선택에 있어 소득보다는 삶의 질에 초점을 두는 청년들이 주로 농촌으로 온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청년농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그와 농촌사회의 관계 설정에서부터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 대표의 판단이다. 정 대표는 “농촌은 단순히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 아니라 청년 개개인이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정 대표는 “인근 지역청년끼리 연대하고 소통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대표가 운영하는 젊은협업농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오후 4시면 하루 일을 마무리짓는다. 이들은 농사기술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함께 학습할 기회를 받는다. 농촌의 청년들에게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없고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는 게 정 대표의 판단이다.

김주영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는 “지역발전과 청년 개개인의 성장을 모두 이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농촌으로 오는 청년들은 도시생활에 회의감이 크거나 생태적·대안적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이들”이라며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 참여 할당제’를 제안했다. 김 대표는 “지역사회의 결정권을 대부분 나이 많은 사람이 가진 경우가 많은데, 청년이 각종 위원회나 의사결정과정에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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