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시선으로 문제점 인식…적극적 태도로 과제 개선 나서

입력 : 2018-05-16 00:00 수정 : 2018-05-28 11:12
오충규 조합장(앞줄 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제주 김녕농협 임직원들이 깐마늘 가공공장에서 ‘든든하고 강한 김녕농협, 미래가 있는 김녕농협, 전국 최고의 김녕농협!’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역 농·축협 종합컨설팅 그후…어떻게 달라졌나 (4)제주 김녕농협

경제사업 수탁판매 수수료율 다른 농협 평균치보다 낮고 조합원 사업 이용률 50% 미만

상환능력 취약한 9·10등급 고객 대출 비중도 높아

수탁사업 비중 확대 관광객 유치 홍보 강화 하나로마트 매출 증대 수용

직원들 태도 적극적 바뀌자 작지만 강한 농협으로 탈바꿈
 



제주 김녕농협(조합장 오충규)은 조합원 수가 16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농협이다. 도내 19개 지역농협 가운데 조합원 수가 적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사업 여건이 좋은 편도 아니다. 농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척박한 제주 동부지역에 위치한 구좌읍 안에서도 동복·김녕·월정·덕천리 등 4곳만을 관할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3년산 마늘 파동 여파가 3년 넘게 경영에 악영향을 끼쳤다. 전임 조합장이 임기 중간에 물러나는 아픔도 겪었다. 사업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직원들은 안정성을 지향하는 쪽으로 어느덧 체질이 변해버렸다.

그러나 이는 2016년말까지의 얘기다. 김녕농협은 2017년에 ‘작지만 강한 농협’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특히 신용·경제사업이 고르게 성장해 종합손익이 크게 개선된 농협으로 주목받고 있다. 환골탈태의 배경엔 뭐가 있을까.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종합컨설팅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확한 평가에 따른 현실 인식=2017년 3월20~24일 5일간 컨설팅을 이끈 김옥순 농협중앙회 회원경영컨설팅부 반장은 1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김녕농협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컨설팅할 때 해당 시·군의 다른 농협과 비교한 자료를 제시해 문제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곤 하는데 김녕농협은 진단 결과에 대해 매우 놀라워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김녕농협은 우선 경제사업 부문에서 수탁판매 수수료율이 다른 농협의 평균치보다 낮다고 진단됐다. 또 조합원들의 사업 이용률이 50% 미만으로 다른 농협 대비 저조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김녕해수욕장과 월정해변의 유명세를 하나로마트 사업에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신용사업 부문에선 더욱 세부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금리 수준이 전국 평균에 견줘 낮기는 하지만 고객 신용등급별로 볼 때 2·7등급에선 금리가 역전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9·10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 비중이 전국과 도내 평균보다 높다는 점도 밝혀졌다. 김삼열 유통사업소장은 “사실 그 이전까지는 ‘뭐, 다른 농협과 비슷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는데 막상 다른 농협들과 비교한 객관적인 분석 자료가 나오자 ‘아, 우리 조합이 이렇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사업평가 후 조직문화 자발적 변화=객관적이고 세부적인 사업평가는 직원들을 저절로 움직이게 했다.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농협을 제3자의 시각으로 보게 되면서 ‘이래서는 안되겠다’ 하는 절박감을 갖게 된 것이다.

황재필 전무는 “하나로마트 배달 문제만 해도 직원들은 늘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도시지역의 대형 유통업체 또는 중소형 마트와 비교한 자료를 보면서 농촌 특유의 높은 배달 수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자체가 고령화한 데다 자기 차량을 보유한 경우가 드물어 배달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원들이 이해하게 되면서 현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고려한 매출 확대 전략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직원들은 컨설팅 후 ‘든든하고 강한 김녕농협, 미래가 있는 김녕농협, 전국 최고의 김녕농협!’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사업별 중점 추진과제를 도출해 실행했다.

수탁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수탁수수료를 지역 평균치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컨설팅팀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였다. 농협 사업 이용률이 높은 우수 영농회를 시상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 강화와 하나로마트 진열 개선을 통한 매출액 증대 방안도 수용했다.

직원들은 어르신이 다루기 쉬운 90ℓ들이 소형카트(폭 57㎝)를 하나로마트에 구비하거나 관광객이 선호하는 제주산 흑돼지 판매를 확대하는 등 작지만 확실한 과제들도 마련했다. 종합컨설팅에 따라 농협중앙회로부터 지원받은 무이자자금을 종잣돈으로 활용해 농가소득 증대도 뒷받침했다. 밭작물 멀칭용 폴리에틸렌(PE) 필름과 양파 종자 구입비의 50%를 보조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육지농협 7~10곳과 함께 추진하는 도외 ‘공동대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찾아가는 여신활동’도 전개했다.



◆조합원들 신뢰 높아져=농협이 달라지자 조합원들의 신뢰는 커졌다. 농민 김근보씨(60·동복리)는 “과거엔 일부 직원들을 보면서 ‘남는 시간 때워서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엔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이 맡은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직원들이 많아 너무나 보기 좋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는 “지난해 연말 제주도 전체에서 논란이 됐던 마늘 계약단가 결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도내 다른 농협들과는 달리 농협경제지주의 권고사항과 이에 대한 농협의 판단을 전폭적으로 신뢰한 데서도 조합원들의 달라진 인식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김소영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