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심 보듬는 개혁 ‘잘한일’…소비자 소통부족 ‘아쉬움’

입력 : 2018-03-14 00:00 수정 : 2018-03-15 10:18

김병원 농협회장 취임 2주년 성과와 과제 좌담회

 

2년간 협동조합 정신 되살려 농민과 국민의 농협으로 변신 농업·농촌, 국민의 관심 커져

금융사업서 나오는 수익으로 농기계 지원 사업 등 펼쳐야

 

농업가치 헌법반영 서명운동 1000만명 이상 참여해 감명

지역 농·축협의 변화는 느려 말단직원 만나도 벽 느껴 귀농 청년농민 위한 배려 필요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위해 농민·정부·소비자 협업 필수 농협의 중재자 역할 고민해야

농민도 의식변화 통해 스스로 소득 높이는 노력을

 

종합컨설팅사업 큰 의미 강소 농·축협 육성에 도움

적자 경영 농협 계열사 통폐합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농자재값은 더 내려야
 


‘농업가치 헌법반영을 위한 범국민운동 전개’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추진’.

<농민신문>이 9일 ‘김병원 농협회장 취임 2주년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지난 2년간 농협이 한 일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다고 꼽은 2가지 성과다.

참석자들은 지난 2년간의 농협 개혁을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 75~85점이라는 좋은 점수를 줬다. 농협이 농민과 국민에게 더욱 다가가려는 자기 개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소비자와 청년농민을 포용하는데 미흡하고 조직에 권위주의적 요소가 남아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 <농민신문> 본사 5층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의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 농협이 지난 2년 동안 추진했던 사업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김천주=농협은 임직원이 10만명이나 된다.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지난 2년간 농협은 협동조합 정신을 되살려 하나로 뭉치고 ‘농민의 농협, 국민의 농협’으로 변신하고 있다. 농협의 변신은 국민이 농업·농촌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이는 농업가치 헌법반영 서명운동에 국민이 한마음으로 참여토록 했고, 결국 한달여 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준원=농민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소득이다. 김병원 농협회장이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겠다고 주창했는데 농민들이 가장 원하는 이슈를 잘 선점했다.

▶김후주=농협이 농업가치 헌법반영 서명운동을 펼쳐 한달 만에 1000만여명의 국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감동받았다.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에 놀랐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헌법에 담기면 생태계 보전과 식량안보 같은 역할에 국민의 관심이 늘어나고 농가소득 증대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농민들도 스스로 성공하기 위해 힘쓰고 농촌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표경덕=김 회장이 부르짖는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실현하려면 농민들과 접점에 있는 지역 농·축협이 먼저 경쟁력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중앙회만 변해선 농가소득을 올리기가 버겁다. 그런 측면에서 강소 농·축협을 육성하기 위한 종합컨설팅사업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조합 경영의 장단점을 파악해 농가소득 지원사업을 강화하고 신용사업에도 활력을 불어넣도록 자극을 주고 있다.



― 그동안 미진했던 점은.

▶김천주=소비자와 더불어 발전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소비자가 농업과 농협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농산물을 소비해주느냐에 따라 (농업·농촌·농협의) 발전 속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 국민의 농협이 되기 위해선 지역에 맞는 준조합원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 준조합원을 교육하고 조직화하는 방안을 중앙회가 만들어 보급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준원=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해선 정부와 관련 단체의 협력이 필수다. 궁극적으로는 농민과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농민의 의식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물고기만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도 잘 알려줘야 한다. 농민들이 스스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

▶김후주=농협이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소통에도 힘썼지만 현장에서 농협의 변화를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중앙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농민과 접점에 있는 지역 농·축협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느리다.

▶표경덕=농자재 가격을 지속적으로 내렸지만 아직도 일부 가격은 시판상보다 비싸, 현장에서 가격 인하 효과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량 구매의 이점을 살려 농자재 가격을 더 내렸으면 한다.



― 농협조직의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준원=김 회장이 열정적으로 쉴 새 없이 일한다는 것은 현장에서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일선에 있는 농협 직원들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온도차가 있다.

▶김천주=농협은 100% 토종자본으로 운용된다. 금융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을 농민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농기계를 지원해주는 등 도움되는 일을 많이 해야 현장에서도 금융조직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것이다.

▶김후주=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지역 농·축협의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청년농민들은 주로 말단직원들을 만나는데 그들에게 느끼는 벽이 높다. 청년농민들은 조합원이 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농촌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된 데다 자본력도 부족해 농장주가 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농지원부 취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장계좌 개설도 까다롭다고 생각한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보증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낮아져 추가대출을 못 받아 생활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농협을 이용하지 않는 청년농민들이 많다. 귀농한 청년농민들이 농협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표경덕=청년농민들이 농협의 변화를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농협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청년농민을 위한 대화창구가 많지 않다.



― 농가소득을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표경덕=농가들이 농작물재해보험에 많이 가입하도록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일례로 지난해 우리 지역 간척지에 바닷물이 역류해 벼가 염류 피해를 입었는데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민들은 보험금으로 66억여원이나 받았다. 적극적인 농정활동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비율을 10%만 높여도 농가 가입이 많이 늘어난다. 또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해 도시농협은 고객관리 사은품을 공산품 대신 농산물로 주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종합업적평가나 상호금융 대상평가에 가점을 주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다.

▶김천주=군단위 농협 2~3곳이 힘을 모아 관광단지를 만들면 농외소득을 올리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김후주=농협이 친환경농산물 판매에 신경을 썼으면 한다. 저농약이 없어지자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친환경농산물 판매코너가 사라졌다. 농협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같은 유통 인프라가 좋아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에 넣는 일에 매진하면 판로개척 효과가 클 것이다.

▶이준원=농업의 계절성을 극복해 연중무휴로 일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남 밀양의 벼·감자·시금치 3모작이 좋은 사례다. 벼는 휴경 보상으로 생산조정을 통해 가격을 올려야 한다. 쌀은 사람이 먹는 것만으로 수요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쌀을 사료용이나 화장품 원료로 쓰는 방안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김천주=농민과 소비자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어떻게 잘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 소비자·농민·정부가 협업을 잘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도 맡아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와 상생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준원=농협이 발전하려면 지속적으로 경제사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줘야 한다. 또 농민들의 의식변화를 이끌어달라는 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과거 농식품부 차관 시절에 농작물재해보험에 들지 않는 농민은 모든 지원 대상에서 빼라고 한 적이 있다. 농민들이 자동차보험은 무조건 들면서 농작물재해보험에는 가입하지 않는데, 이해하기 힘들다. 농민들에게 무조건 지원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농민들이 스스로 소득을 높이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

▶김후주=농협이 청년농민들을 위한 사업을 많이 발굴해 실행했으면 좋겠다. 그러한 농협의 모습을 보면 청년농민들이 농협에 느끼던 심리적인 거리감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표경덕=농협 계열사가 34개나 된다. 통합을 해도 되는데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보면 자리보존용이 아닌지 의심도 든다. 중앙회 임직원이 퇴직하면 계열사 임원으로 다시 들어가기 때문이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제구실을 못하거나 적자를 보는 곳은 통폐합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행=오영채 정경부장, 정리=임현우·박준하 기자, 사진=이희철 기자 limtech@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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