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참여 전무…‘모금 유도’ 특단의 대책 내놔야

입력 : 2017-09-13 00:00 수정 : 2017-09-14 10:46
한국서부발전_ 본사에서 열린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협약식에서 김형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왼쪽 네번째)과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 다섯번째)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협약서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물꼬 텄지만 과제 산적

최순실 사태 후 기업 출연 신중 한국서부발전 53억 출연 전엔 총 기부금액 500만원에 불과

사용처 등 명확한 홍보 절실 세액공제 등 혜택 강화하고 수출 대기업 동참 이끌어내야

기금 부족분 ‘정부 보전’ 필요 관련법에 강제성 없어 제도 보완 등 정치적 논의를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기금) 모금에 물꼬가 터졌다. 한국서부발전㈜이 올 연말까지 53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출연은 기업의 ‘제1호’로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상생기금 모금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서부발전의 기금 출연 약속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민간기업은 여전히 기금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경기(驚氣)’를 하고 있다. 여기다 출연 1호 기업이 수출과는 거리가 먼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수출 민간기업과 농어촌간의 상생협력이라는 제도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마중물로서의 한계성이 지적되고 있다.


◆ 모금 실적 극히 부진=상생기금은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피해를 보는 농어민과 농어업·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11월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에서 도입이 결정됐다.

올 3월30일에는 상생기금을 조성·관리할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운영본부’가 돛을 올리면서 본격적인 모금에 들어갔다. 하지만 모금 개시 5개월여가 지나도록 실적은 누가 볼까 부끄러울 정도로 극히 부진하다. 이달 4일 한국서부발전이 53억원을 출연하기로 협약을 체결하기 이전에는 김종회 국민의당 의원(전북 김제·부안), 같은 당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병원 농협회장,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각각 100만원씩 모두 500만원을 낸 것이 전부였다.

한국서부발전이 기금을 출연하기로 했지만 민간기업의 참여는 여전히 전무한 상황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기금을 폐기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상생기금 모금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각종 기금 출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민간기업으로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 이후 기업들이 기금 출연에 매우 신중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금에 대한 홍보가 과연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생기금 운영본부는 출범식 이후 여러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나름대로 기금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모금 실적을 보면 결과적으로 홍보가 효과적이지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원활한 모금 위한 과제 산적=한국서부발전의 상생기금 출연이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기금의 성격과 사용처 등에 대해 보다 명확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생기금과 비슷한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의 경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이나 생산성 향상, 수출촉진 등을 위해 지원하는 것으로, 기금에 대한 대기업의 이해도가 높다보니 모금도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2011년부터 조성된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은 171개 기업이 1조217억원을 출연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했으며, 2016년 말까지 6483억원이 실제로 출연됐다.

이에 비해 농어촌상생기금은 기업들 입장에서 단순히 기부금의 성격이 강하며, 출연을 하고 싶어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인센티브 역시 강화해야 한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하는 기업은 ▲10% 세액공제 ▲공공기관 평가 때 가점 부여 ▲기업소득환류세제 혜택 ▲지정기부금 인정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 자금 지원 인정 ▲동반성장지수 산정 때 가점 부여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상생기금 출연 때에도 다양한 혜택이 있긴 하지만 이에 못 미친다.

특히 이번에 한국서부발전이 기업참여의 물꼬를 텄지만, 기금의 당초 도입 취지상 수출 대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모금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농업계가 당초 요구했던 것은 FTA 체결로 이익을 얻는 수출 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해 피해를 보는 농어업에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였기 때문이다.


◆ 정부 역할 강화해야=상생기금은 10년간 매년 1000억원 모금이 목표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상생기금은 순수한 민간 기금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에 개입할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상생기금 모금이 극히 부진하면서 정부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 최근 대표발의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상생기금을 정부의 출연금으로도 조성할 수 있도록 해 안정적인 기금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금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상생기금 관련법이 강제력이 없는 두루뭉술한 상생의 형태로 구색만 갖춰놓은 채 통과된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정치적으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농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다보니 기금이 민간 차원의 참여 없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목표했던 기금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부족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전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모금 실적이 저조한 경우 기부문화 확산 및 민간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 홍보 강화, 인센티브 확대 및 기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검토·보완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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